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을 뚫고 지속적으로 사치품을 구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고급 리무진과 보드카 등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금수품으로 지정한 수입품을 올초까지 구매한 사실을 적시했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북제재의 구멍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기됐다.
자유민주통일국민연합(상임의장 현경대)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 주최로 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북제재의 효율적 이행방안’에 대한 포럼에서 박승제 신아시아 안보연구센터(C4NASS) 대표는 미국의 민간단체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은 90개국으로부터 51억 달러(약 6조 9천억 원) 규모의 사치품을 수입했다”며 “AIS(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선박을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사치품을 밀수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토론에서는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사치품을 수입한 것에 우리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표는 “김 위원장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차량 2대를 실은 선박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출발해 중국 다롄, 일본 오사카와 한국 부산항을 거쳐 러시아 연해주의 나홋카까지 이동했으며 이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북한 고려항공으로 평양까지 들어갔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으로 가는 수입품이 실린 배가 한국 정부로 들어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북한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구멍이 아직 많다”며 “AIS를 끄고 선박을 운용할 경우 보험회사에 가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추가 제재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금융기관이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최초 선적지와 최종 하역지가 어디인지 알아야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고, 북한의 금수품 수입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에 대해 처벌을 명확히 하고 관련 정보를 즉각 공개 는 등 대북제재망을 촘촘히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배종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도 “북한에서 사치품은 내부 통치를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다만 북한 내부에서 통용되는 사치품의 기준과 외부 세계에서 바라보는 사치품의 기준이 다른 점을 고려해 밀수품의 이용까지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의 구멍을 이용해 계속해서 금수품을 수입한다면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남광규 고려대학교 북한통일연구센터 교수는 “미국 당국은 보다 자세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미국이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