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박검색과 남북해운합의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는 유엔 회원국들에게 대량살상무기(WMD)나 그 관련 물자를 싣고 북한을 입출항하는 선박들에 대해 국내법과 국제법에 근거해 검색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요청’(call upon)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이 이 결의 내용 이행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현안으로 대두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이를 어떻게 해석해 어디까지 조치를 위해야 하느냐는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남북해운합의서로 유엔 결의가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지만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WMD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문제와 맞물려 추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안보리 결의 해석에 따라 취할 조치 달라 = 북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인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서 해석문제를 두고 논란을 야기하는 대목 중 하나가 8조 f항의 북한 선박 검색에 관한 내용.

이 조항은 “모든 회원국들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핵 및 화생방 무기의 밀거래를 막기 위해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북한에서 나오는 화물에 대한 검색(inspection)을 포함한 필요한 협력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검색을 포함해 필요한 협력 조치’란 표현이 모호해 각 국가별로 취할 조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이번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구성될 제재위원회가 구체적인 행동범위를 정할 수도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간의 신경전 속에 ‘원전’이 워낙 애매하게 돼 있어 해석을 둘러싼 신경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조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미국과 미국 주도의 WMD PSI 참가국 등은 ‘검색을 포함한 조치’로 표현된 만큼 검색 뿐 아니라 검색 후 압류(interception)나 저지(interdiction)까지 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8일 일본 방문길에 ‘선박검사는 유엔 안보리결의에 근거한 “강제의무”’라고 강조하면서 대량살상무기 관련물자의 통과를 저지하는데 “각국 당국은 가능한 일을 모두 해야한다”고 주장,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때문에 미국 등은 이런 ‘적극적 해석’에 근거, 동맹 및 우방국을 향해 ‘안보리 결의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도록 한 만큼 국내법 체계상 미비한 것이 있으면 입법과정을 거쳐 보완하자’고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 안보리 결의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색’으로 한정해 해석하는 쪽에서는 ‘압류’나 ‘저지’를 권한 밖으로 보고 있다.

한 예로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대북 결의 채택 후인 지난 16일 “화물검색엔 동의하지만 이것은 화물을 중간에서 압류하거나 저지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해 검색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남북해운합의서로 충분한가 = 안보리 결의의 해석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정부는 남북해운합의서가 있기 때문에 ‘엄격히 결의 내용을 해석하면 새롭게 취할 조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남북해운합의서는 의심 가는 선박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 후속조치는 선박에 대한 퇴거명령으로 제한하고 있어 적극적 해석을 하는 나라와는 이견을 빚을 수 있다.

남북해운합의서의 부속합의서 6조는 남과 북의 선박이 상대측 해역을 항행할때 무기 또는 무기 부품 수송을 금하도록 하고 있으며 8조는 이 규정을 위반하고도 통신검색 불응, 항로대 무단이탈, 위법행위 후 도주 등 혐의가 인정되는 때 해당 선박을 정지시켜 승선·검색함으로써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9조에는 ‘합의서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선박에 대해 주의환기 및 시정조치를 취하고 관할해역 밖으로 나가도록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압류’와 ‘저지’ 등 조치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WMD를 운반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이 있으면 검색을 할 수 있지만 실제 WMD가 발견돼도 그것을 압수하거나 그 배를 차단할 수는 없게 돼 있고 다만 관할해역 밖으로 나가도록 명령할 수만 있게 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강한 톤으로 정식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PSI가 WMD를 실은 선박의 차단과 적재물에 대한 압류까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PSI 참여국이 훈련이나 실제 작전에 얼마나 참여할지에 대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지만 우리 정부가 PSI의 정식 참여국이 된 뒤 PSI의 목표를 100% 수행하기 위해서는 남북해운합의서에 규정된 내용만 갖고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PSI 참여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 상황에 따라 북한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 등 외에도 국내법규를 정비해야 하는 부담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특히 북한과 합의한 남북해운합의서를 일방적으로 개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개정 제안에 합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 에 없어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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