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군정치’가 ‘南 안전’ 지킨다?

남북장관급회담 권호웅 북측 수석대표가 11일 북한의 이른바 ’선군(先軍)정치’가 남한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 주목된다.

권 단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남측의 우려를 의식한 듯 선군정치가 남측에 안전을 도모해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발언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해명성격도 강하지만 평소에도 이같은 주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선군정치가 미국 등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북한 체제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남한도 선군정치의 덕을 톡톡이 보고 있다면서 군사력 강화의 당위성을 주장하곤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남한이 북한 핵 억제력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남조선이 우리의 선군정치와 핵우산의 덕을 보고 있는 조건에서 응당 우리 민족에게 전쟁참화를 씌우려는 미국을 규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홍보용 주간지 통일신보(2001.12)는 ’이른바 대북퍼주기론을 평함’이란 제목의 글에서 “남쪽의 동포들이야말로 선군정치의 덕을 입고 있는 최대의 수혜자”라며 “선군정치의 덕을 보고 있는 남이 평화의 보상을 하는 것은 도리이고 본분이며 의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 및 미사일 개발 등 군사력 증강 정책으로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이겨내고 전쟁의 불길을 막았으니 그에 대한 평화배상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조였다.

김정일 위원장도 몇해 전 한 해외동포를 만난 자리에서 “(군력을 강화한)그 덕분에 이제까지 우리와 관계를 가지려고 하지 않던 나라 사람들이 자연히 우리와 관계를 중시하고 외교관계를 맺자고 하고 있다”며 아전인수격 주장을 했다.

이것은 역으로 북한이 남한 정세와 국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선군정치가 미국 등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북한 체제를 지킨다는 주장이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도 남측의 안전을 운운하는 것은 남한 민심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오판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5.31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남한 국민에게 한나라당에 표를 찍어주면 전쟁이 일어난다며 “전쟁의 포화는 한나라당에 표를 준 사람도 가려보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 남한 민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여줬다.

더욱이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은 지난달 10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개성공단 건설 등이 중단되고 “온 나라가 미국이 불지른 전쟁의 화염 속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 남쪽의 대북 민심을 크게 악화시켰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자신들의 논리와 잣대로 남한의 민심을 단정지으면서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한 발언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그같은 발언들이 오히려 남한 국민의 여론을 악화시켜 대북 지원 등에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장관이 “누가 남쪽에서 귀측에게 우리 안전을 지켜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면서 “우리의 안전을 도와주는 것은 북측이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며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사거리 만큼 남북 간 거리도 멀어질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반박한 것도 결국 북한의 주장이 대북지원 등 향후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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