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이 10일 오전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침범, 교전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했다. 평화공세를 지속해 왔던 북한의 최근 행동과는 상반된 것으로 북한의 이번 교전의 의도와 목적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김정일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시 ‘남북관계의 새로운 관계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평화공세를 이어왔던 시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북한이 그동안 ‘긴장상황-유화적 조치’를 번갈아 구사해 왔던 강온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핵무기는 거론하지 말고 북측의 식량지원 및 경협 활성화 요구에 빨리 응하라는 메시지란 의미다.
또 조만간 미북대화 개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측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계획된 행동’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최근 북한이 ‘대화를 나서겠다’고 공언하는 등 유화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에 쉽게 호응해오지 않은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지난 2002년에 북한 경비정이 남하할 때도 우리측의 경고사격에 다시 되돌아간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계속 남하했다는 점을 볼 때 우발적인 침범으로 볼 수 없다”면서 “북한은 대화를 하겠다고 계속 밝혔지만 9월부터 얘기됐던 미북 양자대화가 아직까지도 최종적으로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실장은 이어 “이번 북한의 도발은 한국, 미국, 중국 모두에게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수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에는 우리(북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화의 장을 만들지 않는다면 군사적 도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 해석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우리(북한)와 적극적인 대화를 할 의지를 갖고 있는가를 묻는 평가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이뤄진 이번 북한의 도발은 아직 남북상황은 정전상태임을 강조,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근 북한이 미북대화를 위한 물밑접촉 과정에서 양국 직접대화를 4~5차례 요구하고, 미북회담에서 핵무기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 및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를 수용하지 않은 미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또 남북관계 문제에서도 “민족적 차원에서 인도적 사업은 지속할 수 있으나 6·15, 10·4선언 이행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결적 자세는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의 강온전략임을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달 16일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북측은 인도적 식량지원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옥수수 1만t 지원을 결정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