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서 해안포 발사…南 ‘인권거론’ 반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당선 이후 노무현 정부 때 예약됐던 회담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잠잠하던 남북관계에 최근 협력 분위기보다는 긴장의 파고가 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새 정부측은 대북 ‘무위(無爲) 정책’을, 북한은 새 정부의 정책을 탐색하는 관망적 태도를 취해왔으나, 3월 들어 남북 양측이 가시적이고 구체적이며 예고성의 정책적 행동을 취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3일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측에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 것에 북한이 답변권을 통해 반발하고, 2일 한미합동 키 리졸브(Key Resolve) 군사연습 시작을 전후해 북한이 서해상에서 다량의 해안포 발사 훈련을 벌인 것은 앞으로 남북간 긴장국면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의 서해안 해안포 발사 훈련. 군 소식통은 북한의 연례적인 훈련이라고 설명했지만, 대북소식통은 “그동안 북한이 서해상에서 새로 개발된 포를 시험하는 등의 사례는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포 훈련은 서해교전 이후 사라졌었다”며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년의 예를 볼 때 5∼6월 꽃게잡이철이 되면 서해상에서 군사대립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정부 들어 남북간 새로운 대화.협력체제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남북관계 전반으로 긴장을 확산시킬 수 있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퇴임 직전 합동참모본부 등 군 수뇌부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북한이 도발한다면 서해쪽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북한의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2일 키 리졸브 개시에 맞춰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과 남조선 호적세력들이 우리를 군사적으로 압살하려는 기도를 끝내 실현하려 한다면 조선인민군은 수동적 방어가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비싸게 마련해 놓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주동적 대응 타격으로 맞받아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 합동 군사연습에 대한 북한의 강렬한 반발은 연례적인 것이긴 하지만, “비싸게 마련해 놓은”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눈길을 끈다.

이명박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 거론함으로써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대북 행동을 취한 셈이 됐다.

이 회의에서 박인국(朴仁國)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실장은 고위급 세션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의 중요성에 입각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혀 전임 정부와 다른 대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제네바 북한대표부 최명남 참사관은 답변권을 통해 “한국측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이러한 무책임한 발언에 따른 모든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한국측의 발언은 한국정부가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내용과 정신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반발했다.

또 북측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지난 1일 남측 민간지원단체의 금강산.개성지역 방문을 무기 중단한다는 입장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남쪽의 정권교체 등에 대해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의 일련의 움직임은 나름대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응방향을 결정하고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처럼 남북간 외교적, 군사적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남북간 대화채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긴장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대선 이후 작은 규모의 경제협력관련 실무협의는 남북간 이뤄져왔지만,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측에 설명하고 협력 방법을 모색할 만한 장.차관급 규모의 회담은 예정된 게 없으며, 현재 이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드러난 게 없다.

정부 당국자는 5일 “현재로서는 예정된 총괄급 회담이 없다”며 “북측도 남북관계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앞으로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지켜보면서 회담을 제안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핵신고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조금씩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만큼 북한도 남북관계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5일 “남북관계의 교착이나 긴장국면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징후들이 겹쌓이면서 생기는 만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어려움이 중층적으로 쌓인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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