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북 정치·군사적 합의와 NLL관련 합의에 대한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함에 따라 잇따를 북한의 추가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성명은 북한 내 조평통의 위상과 역할을 감안할 때 남한 정부를 향한 최고조의 정치 공세로 평가된다. 특히 그간 북한의 대남 메시지 전달 방식이 ‘논평-담화-성명’ 순으로 압박 수위가 높아졌던 점을 상기해 볼 때 이번 성명은 ‘말’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위협이며, 구체적 행동에 대한 ‘예고’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노동신문 등 각종 매체를 동원한 대남 비방 ▲김정일이 국방위원회 위원장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변인’ 등의 가상의 인물을 동원, 한 두차례 추가 성명을 더 내보낼 가능성도 점쳤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군사 도발을 비롯한 ‘실제행동’에 나설 지 여부다. 일단 시기가 관건이지만 북한이 ‘NLL합의 무효’를 공식 선포했기 때문에 서해상 군사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 보인다.
이날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현재 일반적인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NLL인근에서의 군사 훈련 등 특이한 동향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당장 어떠한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군사 도발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와 관련,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단순한 성명 발표 차원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성명으로 NLL합의에 대한 무효화를 선언함으로써 북한은 더 이상 서해상에서 구속받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정당방위’ 명분으로 언제든지 군사적 행동의 길을 터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단순히 ‘꽃게철’ 도발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통상적인 군사 훈련을 시비 걸어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전에는 서해상 도발에 대해 ‘우발적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젠 이것에 구속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선포한 상태이기 때문에 군사 도발은 언제라도 가능해졌다”고 전망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이 한 발 더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북한은 차츰 강도를 높이는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다음 수순은 꽃게철과 상관없이 서해상에서 도발을 시도할 것”이라며 “다만,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대화 메시지를 던지고 있고, 최근 김정일이 ‘한반도에서 긴장이 발생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식으로 언급했던 점에 비춰볼 때 먼저 꼬투리 잡힐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연구위원도 “북한의 서해상 군사 도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섣불리 도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실험이나 휴전선 부근의 군사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미사일 실험의 경우는 미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대미협상을 앞둔 김정일이 ‘악수(惡手)’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교수는 “미사일 실험 등은 서해상 도발 이후의 수순”이라며 “미사일 실험은 대량살상무기와 연관되기 때문에 미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북한의 입장에서 쉽게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북한이 이번 성명에서 ‘정치군사적 합의 무효’만을 선언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과 관련한 위협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유 교수는 “경제적 부분에서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경제적 협력도 제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경제적 민간교류나 대북지원 등은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단절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남한의 대응이나 미·북 협상에 따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교수도 “서해상의 군사충돌 이후 개성공단 등의 추가적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도 “북한은 이번에 NLL 등 남북 군사 합의만 얘기했지 교류·협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민간단체 교류와 개성공단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평통의 ‘비방·중상 중지 등의 합의 무효’ 선언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공세가 일시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마저도 비용문제 등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 선전탑 등을 세워 대남비방 강도를 높이는 것은 비용 부담 때문에 시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친북단체를 통해 자극적인 비방공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도 “비무장 지대에서 대남선전을 진행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효과는 없다”면서 “특히 남한의 선전 수단이 월등해 북한 입장에서는 손해이기 때문에 선전 수단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