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생활용어에도 한류 스며들어

“북쪽 대표 누군가가 남쪽 회담에 갔다 와서 폭탄주를 배워 여러 사람에게 가르쳤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월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방북한 남측 정부 및 민간 대표단 관계자와 오찬장에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번에는 (남측대표단이) 곧 비행기를 타셔야 하니 못하고 다음에 와서 꼭 폭탄주 한잔 합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의 ‘폭탄주’라는 말과 거기 배어 잇는 문화가 북한 고위층을 중심으로 널리 유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에서는 술과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음주문화가 없어 폭탄주라는 용어 자체가 애당초 쓰이지 않았다.

비단 폭탄주뿐 아니다.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스트레스, 몸짱, 얼짱, 싸가지 등 남한의 표준 용어로부터 인터넷용어, 거친 욕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정부 및 민간급,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각 분야의 교류와 접촉이 활성화되고 남한 영화나 드라마가 암암리에 유통되면서 남한의 생활용어가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

특히 유행에 가장 민감한 평양의 신세대들은 일상대화에서 남한 용어를 몇개씩 구사하는 것을 하나의 멋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북한 언론에도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2002.5.14)은 건강상식 코너에서 탈모예방법을 소개하면서 “스트레스가 머리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종전 북한 언론과 출판물은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도 ‘스트레스’란 말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뜨락또르’(트랙터) 등 오랫동안 굳어진 외래어나 체육 및 과학분야의 국제공용어를 제외하고는 외래어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스트레스란 말이 신문에 나오게 된 배경은 모르겠지만, 스트레스란 용어가 평양의 젊은이들에게는 일상용어로 자리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 남한 드라마 CD를 소지한 한 대학생을 취조하는 과정에서도 ’싸가지 없는 ××’라는 남한 욕설이 자연스럽게 등장해 신세대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회자됐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이 소식통은 “갈수록 확대되는 남북간 교류와 접촉, 남한 문화의 유입은 생활용어 외에도 이미 남한 탤런트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모방, 서울말씨와 남한 가요 배우기 등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신세대와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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