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정부에 포문여나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본격 포문을 열고 나와 앞으로 남북관계가 주목된다.

새 정부 대북정책의 첫 행동화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인권개선 촉구’에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사흘만에 대변인 담화를 내고 “남북관계를 대결로 몰아가는 반민족적 망발”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조평통의 담화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서 직.간접으로 새 정부측을 겨냥해 내놓은 각종 반응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다.

특히 새 정부를 “보수집권세력” “독재정권의 후예”라고 규정함으로써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시각을 분명히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담화는 또 인권개선 촉구에 대해 “감히 우리의 존엄이고 생명인 체제까지 걸고 들며”라고 말해 이번 담화의 언사가 격해진 배경의 하나를 시사했다. 북한은 늘 서방의 인권문제 제기에 ‘체제 붕괴 전략’이라는 인식을 보이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동안 남한의 새 정부를 직접 가리키는 것조차 피해온 북한이 남한의 새 정부를 “보수집권세력” “독재정권의 후예들”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선 것은 인권문제와 체제문제를 동일시하는 북한 정권의 ‘상응조치’로 볼 수도 있다.

한미합동의 ‘키 리졸브’ 군사연습 시작을 전후해 북한이 서해안에서 대규모 해안포 사격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최근 북한의 반응이 점차 날카로와지는 조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조평통의 이러한 격한 담화는 새 정부 대한 공세의 개시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더욱이 담화는 새 정부의 인권개선 촉구에 대해 북한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을 거역한 것이라고 지적함으로써 북한의 실망감의 크기를 반영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 인권이사회에서의 인권개선 촉구를 남쪽 집권세력이 대북관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방관하면 더 세게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사전경고를 하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은 자존심을 강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언사가 최근 남북관계에서 보기 드물게 격하긴 하지만, 당장 남북관계가 파국적 국면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담화를 포함해 북한은 김영삼 정부 때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아직 거론하지 않고 있다.

또 담화는 “남조선의 보수집권세력은 분별있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새 정부의 대북행동을 좀더 두고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달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남한의 정권교체 등에 대해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북한 최고결정권자의 정리된 대남정책으로 새 정부와의 관계단절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이번 담화는 완전히 남북관계의 판을 깨겠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전경고의 의미가 큰 것 같다”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공식적으로 정리되고 대북라인이 갖춰진 후에야 북한도 여기에 맞춰 대남정책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위원도 “북한이 남북회담을 거부하거나 하는 파국적인 상황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도 남한의 대북정책에 적응해 갈 것이고 이번 담화도 이 과정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흔들릴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이번 북한의 반발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해안포 발사 훈련을 비롯해,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남측 민간지원단체에 대한 금강산.개성지역 방문의 중단 통보 등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도 “북한 특유의 자존심 외교에서 볼 때 신 정부에 대해 나름대로 점잖게 관망하는데 새 정부가 외교 군사적으로 도발한다고 판단하고, 대남 도발에 대비한 명분을 축적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분석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004년 남북관계가 중단될 때도 탈북자의 대규모 입국과 조문 불허 등 악재가 쌓이면서 1년간 교착국면을 맞았던 것”이라며 “이번 발언이 당장의 남북관계 단절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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