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사전에 IT용어 대폭 반영

북한이 작년 9월에 발행한 조선말사전은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에 따른 경제 개혁 움직임과 인터넷의 도입에 따른 정보기술(IT) 관련 용어를 대폭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자본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장경제와 실리주의라는 말이 당당히 사전에 오른 점이 눈에 띈다. 이는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에 따라 자본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인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두 용어의 사전 등재는 북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박사는 “7.1 조치와 종합시장 도입으로 사실상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인 북한이 그간 부정적 의미로 사용돼 왔던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로 시장경제와 실리주의를 표준어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전은 시장경제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하여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며 가격에 따라 조절되면서 생산과 교환이 진행되는 경제’, 실리주의는 ‘실제적인 이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 타산하고 일처리를 하는 사업태도’라며 부정적 의미를 배제하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는 1995년 시작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새로운 통치 이념을 반영해 선군영도, 선군로선, 선군정치 등이 표제어로 올랐다.

양적으로는 인터넷과 IT 관련 용어가 대폭 보강된 점이 눈에 띈다. 인터네트(인터넷) 중독증, 인터네트 카페, 전자우편폭탄, 전자은행업무(온라인뱅킹), 해커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다.

인터넷 중독증은 최근 평양시를 중심으로 ‘콤퓨터 열람실’이라고 불리는 PC방이 크게 늘어나면서 극소수 학생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북한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디브이디’(DVD) 표제어 설명에는 ‘디브이디비데오’(DVD플레이어)가 용례로 나와 있으며 CD에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을 기록할 때 사용하는 ‘비데오씨디’(비디오CD)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새 사전에서는 그간 북한에서는 휴대전화를 손전화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별도의 표제어로 올리지 않고 ‘휴대(携帶)’의 용례에서 ‘∼전화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사전은 ‘문자정보봉사’(문자메시지 서비스)라는 용어의 뜻풀이에서 ‘휴대전화’라는 말을 사용하고, 작년 3월에 발간된 조선대백과사전 간략본에서는 ‘휴대용전화’라는 말을 올려 놓아 표기가 통일되지 않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스포츠 용어와 과학기술 용어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발음 그대로 표기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축구 심판이 반칙한 선수에게 내미는 ‘옐로우카드’(옐로카드)와 ‘레드카드’, ‘플로피디스크’와 ‘하드디스크’, ‘클론’ 등을 그 사례로 꼽을 수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