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역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높이면서 물류량을 확대하기 위해 접경지역에 교역을 위한 새로운 기관과 기구를 설치하려 했지만, 중국이 이에 반기를 들면서 계획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기존 북중 교역 지역 이외에 새로운 교역 지역을 신설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0일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당과 무역기관 관계자, 대외경제성 및 국가보위성 간부 등으로 구성된 그루빠의 국경 지역 현지답사 일정이 지난달 말에 완료됐다.
앞서 본지는 무역과 관련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간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그루빠가 지난 7월 말부터 국경 지역을 돌며 새롭게 북중 무역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지역을 탐색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 달러 환율, 4000원대로 폭락…무역 재개 희망도 버렸나?)
해당 그루빠는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 국경 지역을 돌면서 북중 무역에 적합한 지역인지 살펴보고 동시에 밀무역 통제에 사각지대가 없는지도 파악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국가 무역이 평안북도 신의주와 남포특별시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어 물류량 확대가 쉽지 않아 북한 당국이 무역 거점을 신설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루빠의 현장 답사를 통해 북한은 자강도와 평안도 등 몇 군데의 적합 지역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에 대해 중국 측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절차 진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북한은 접경지역에 중국과 무역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을 선정하고 이곳에 세관 및 방역 시설 등을 설치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중국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특히 중국 측은 북중 양국의 사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을 북한이 우선 검토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북한은 밀수를 근절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동이 많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 거점지를 선정했으나 이런 지역들은 중국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무역을 하기가 쉽지 않고, 이를 위해선 중국도 새롭게 세관 및 방역 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계획이 백지화될 상황에 놓이자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북한 관계자들은 “원수님 위에 습근평(시진핑) 주석이 있다” “노동당 위에 중국 공산당이 있구나” 하면서 중국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 연말까지는 지금처럼 국가가 허가한 소수의 무역기관을 통해서만 제한적인 무역이 이뤄지고, 내년 음력설이나 광명성절(2월 16일·김정일 생일) 전에 와크(무역 허가권) 소지 기관과 개인에 대한 무역이 허가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 중앙당에서도 이러한 계획을 세운 상황이어서 정보가 빠른 간부들을 통해 이런 내용이 무역기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와크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무역 허가 계획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광명성절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허가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내년 1월이나 2월 초 무역 허가가 확대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벌써 각 지역의 무역 기관과 개인들은 당에서 필요로 하는 수입품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당 간부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물품을 들여오겠다는 제의서를 당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무역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건설 및 영농 자재, 내년 광명성절과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 등 명절에 간부들에게 돌릴 수 있는 공산품이 무역일꾼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주요 품목이다.
소식통은 “이미 알려진 필수품보다도 당에서 필요하지만 많은 기관들이 들여오겠다고 제안하지 않은 물품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의 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