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사전 ‘핵·원자력’ 어휘 대거 등장

‘핵담보협정, 핵대결전, 핵몽둥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 핵시설, 핵연료재처리…’

북한이 최근 완간한 ‘조선말대사전’ 증보판(전 3권)에 핵(核) 관련 어휘가 대거 등재돼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후 상황이 어휘사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조선말대사전’은 남측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해당하는 사전으로, 북한의 사회과학출판사는 1992년 3월 펴낸 2권을 지난해 12월부터 증보를 시작해 올해 9월 3권으로 완간했다.

15년 만에 증보된 사전 등재 어휘는 이전보다 7만여개 많아진 40만개.

연합뉴스가 16일 입수한 증보판에는 특히 핵 및 원자력 관련 어휘가 크게 늘어났다.

증보판은 지난해 10월 핵실험 후 공식 개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새로 등재된 핵관련 용어 대부분은 1992년 초판본은 물론 2004년 단권으로 나온 15만 단어 수준의 ‘조선말사전(과학백과사전출판사)’에도 실리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핵담보협정’은 “원자력을 군사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또는 개별 국가나 국가집단 사이에 체결”하는 것으로 풀이돼 있다.

특히 “핵 문제를 놓고 서로 맞서 싸우는 일”이라는 ‘핵대결전’, “미제를 비롯한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다른 나라를 위협하며 휘두르는 핵무기”를 빗댄 말이라는 ‘핵몽둥이’ 등 북한 특유의 정치적 어휘가 눈길을 끈다.

사전은 핵비확산조약(NPT)을 가리키는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 대해 “핵무기 소유국과 비핵국가의 의무를 규제한 조약. 1968년 조인됐는데 11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 뒤 “핵무기 소유국은 핵무기로 비핵국가를 위협하거나 핵무기, 핵폭발 장치, 그 통수권을 누구에게 넘겨주거나 비핵국가의 핵무기 생산, 획득을 도와주지 말며 비핵국가는 핵무기 관리를 양도받거나 제조, 획득하지 말며 체약국은 조약 발표일부터 180일 내에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정을 체결할 것을 규정했다”고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역시 새로 등재된 ‘핵사찰’에 대해선 “해당 나라가 핵담보 대상이 되는 물질, 설비, 시설 등을 핵담보협정에 규제돼 있는 공약과 요구에 맞게 이용하는가를 현지에서 검증하는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사전은 또 ‘핵시설’을 “핵연료를 제조하거나 사용 또는 보관하는 시설”로, ‘핵연료재처리’는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 속에서 새로 생긴 분열성 물질과 채 연소되지 않은 핵연료를 분리하고 정제하기 위한 생산기술공정”으로 정의했다.

‘핵폐기물’은 “핵에네르기를 생산한 후에 버리는 찌꺼기 물질”로 “방사능이 남아 있어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풀이돼 있다.

이 밖에 새로 올린 핵관련 용어에는 ‘핵공명’, ‘핵내실분렬’, ‘핵동력장치’, ‘핵동력학’, ‘핵려기상태’, ‘핵로케트발동기’, ‘핵마그네톤’, ‘핵반응에네르기’, ‘핵분렬련쇄반응’, ‘핵자기공명흡수분석법’, ‘핵잠수함’, ‘핵전환’, ‘핵전원위성’, ‘핵추진기’, ‘핵연료순환’, ‘핵연료연소률’, ‘핵유도’ 등 군사.과학 전문용어가 많다.

사전은 나아가 원자력관련 용어도 대거 보충해 원자력 에너지 이용 및 연구에 대한 ‘어휘 수요’가 많음을 시사했다.

새로 등재된 원자력관련 용어는 ‘원자력가스타빈’과 ‘원자력증기타빈’, ‘원자력기관차’, ‘원자력제철법’, ‘원자로가동주기’, ‘원자로공학’, ‘원자로관로’, ‘원자로림계상태’, ‘원자로사고’, ‘원자로주기’, ‘원자로해독’, ‘원자로출력’, ‘원자로해독’ 등 전문용어가 대부분이다.

증보판 ‘조선말대사전’은 이와 함께 ‘6.15북남공동선언’을 새로 싣고 “2000년 6월15일에 발표된 민족 공동의 통일강령”이라며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와 남조선 당국자와의 력사적인 평양상봉으로 마련된 6.15북남공동선언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갈 것을 내외에 선포한 력사적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조선 당국자’로 표기돼 있다.

사전은 이와함께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채택한 “북남 고위급 대표들의 비밀회담”으로 ‘북남고위급정치회담’이라는 용어를 올리고, 1990년부터 1992년까지 8차례 열린 ‘북남고위급회담’과 ‘북남적십자회담’도 새로 등재하는 등 남북간 주요 회담도 다뤘다.

‘강성대국’, ‘고난의 행군’, ‘경제난국’ `선군(先軍)’, ‘선군정치’, ‘모성영웅’ 등 북한의 시대상을 반영한 새 어휘도 다수 눈에 띄었고, 특히 ‘경제난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이라고만 풀이돼 있다.

‘조선말대사전’ 증보 책임자인 문영호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장은 지난 1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증보판은 선군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풍부화된 평양 문화어(표준말)를 수많이 보충했으며, 92년판 사전의 불합리한 점들을 수정.가필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언어생활 개선과 언어 학습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도록 편찬됐다”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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