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지원 요구할 것”

북한의 핵보유, 양산(量産)과 6자회담 불참 선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이번 선언 의도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The DailyNK는 15일 조선노동당 국제비서를 지낸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속 깊은 견해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황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며칠 전 북한 외무성에서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공식 선언하였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일성이 죽고 나서 김정일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지 10년이 흘렀습니다.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만성적인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군정치’라는 정치 논리 때문에 전 사회가 늘 긴장과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김정일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표현되고 있고, 김정일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우연한 상황들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일은 미국과 일본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북한 내부에서 자신의 권위를 한번 더 높이고 싶은 계산이 깔려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외무성 성명을 ‘체제단속용’으로 해석해야 합니까?

꼭 ‘체제단속’의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내부체제 단속이라는 목적뿐 아니라 실제로 미국, 일본과의 핵협상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선수(先手)를 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 동안 미국대통령 선거를 관망하면서 6자회담을 미루어온 김정일은 부시대통령이 재집권하자 앞으로 강화될 미국의 압력에 대해 큰 부담을 느껴왔다고 보입니다. 역으로 미국에 맞서 용감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함으로써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과 일본에 더 많은 돈과 지원을 받아내자는 계획이지요. 조만간 김정일은 한국정부에게 새로운 지원내용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미국에게도 계속해서 양보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원칙을 가지고 김정일 정권에 대응해야 합니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는데 특별한 묘책이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한국이 발전시켜온 민주주의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북한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이 아니라 ‘북한의 김정일 독재체제’에 있습니다. 김정일 독재체제 때문에 북한인민들이 고통을 받고 남한도 평화와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데 정상회담이니 뭐니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미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근정책이네, 채찍정책이네 식으로 김정일을 위협할 필요도 없습니다.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면 됩니다. 민주주의 원칙을 잘 지켜서 김정일이 전쟁 도발을 못하게 하고 남한에서 정치 경제 문화를 자꾸 발전시키면 김정일 체제를 옹호하는 세력들도 줄어들 것이고, 김정일을 직접적으로 돕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튼튼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면 김정일은 핵무기가 백 개라도 함부로 도발하지 못합니다. 그러한 확신을 갖고 우리도 용기있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됩니다.

-중국의 묵인이 없이 김정일이 단독으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할 수 있었겠습니까? 중국이 계속해서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이 개혁개방에 성공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주의를 버린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지도부는 구 소련식 사회주의 건설 방법이 틀렸다고 인정했을 뿐이지요. 경제발전을 무시하고 계급투쟁을 앞세우는 식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지도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시장경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집단주의까지 폐기한 것은 아닙니다. 사회주의 핵심은 집단주의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정부와 공산당은 여전히 집단주의 원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도부는 사회주의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개인주의적 민주주의, 즉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경쟁대상은 미국과 일본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을 제국주의로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경제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군사력의 장성을 꾀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을 적절히 이용해서 경제 발전을 추진하되 미국과 일본이 정치군사적으로 중국 주위에 접근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김정일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경제발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김정일의 남침 전쟁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만, 김정일이 벌이는 군사적 긴장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김정일 체제를 지지하는 것입니까?

제가 예전에 중국공산당의 지도부를 만나보면 그들도 개인적으로는 김정일을 매우 혐오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김정일 체제가 북한에서 쫓겨나고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되는 것이 더 싫은 것입니다. 남한주도의 통일에 대해 중국은 ‘미국 세력이 압록강까지 밀고 온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김정일의 남침을 반대하지만 김정일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는 한반도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중국이라면 김정일 정권에 대해 ‘할 말은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10년 전 김일성이 죽고 나서 중국은 김정일에게 ‘개혁개방’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거부했지요. 중국식 집단주의로 개혁개방하면 수령제도가 없어지니까 거부했습니다. 중국은 그런 김정일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김정일이 아니면 한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될 것을 두려워해 김정일에게 적당한 역할을 맡긴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무기나 전쟁위협을 통해 미국, 일본과 자꾸 대립하고 한국 내에 친북반미 흐름이 성장하는 것을 중국은 유유히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한국에서 반미는 곧 친중(親中)이 될 개연성이 높지 않습니까? 중국의 입장에서야 손해 볼 것이 없지요. 그래서 북한에게 미국과 적당히 대립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지원도 챙기라는 식입니다. 지금 중국은 김정일의 전쟁도발만 통제할 뿐 전쟁 이외의 분야는 거의 통제를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정부는 ‘중국의 중재’를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재라니, 말도 안됩니다. 우선 중국에게는 김정일이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입니다. 중국과 김정일이 서로 같은 편인데, 공정한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이 더 강경한 ‘대북경제봉쇄전략’을 추진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이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별 효과 없을 것입니다.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중국이 모두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중국 13억 인구가 한 숟갈씩만 떠줘도 김정일은 버틸 수 있습니다. 의미 없는 대응이라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The DailyNK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학교를 짓고자 하는 동네의 주민들이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보다 큰 민족적인 사랑을 베풀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한국에 있는 탈북자도 끌어안지 못하고 무슨 통일을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인터뷰 / 박인호 기획실장 par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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