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부 상인들이 스마트폰의 영상통화 기능을 원거리 거래에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낙후된 교통 시스템으로 인해 이동에 시간과 비용이 크게 소요되자 싸고 간편한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최근 타치폰(스마트폰) 영상통화 기능은 주로 다른 장사꾼에게 물건을 보여주는 데 사용된다”면서 “옛날 막대기(피쳐폰)는 영상통화가 안 되기 때문에 타치폰이 장사하는 데 필수라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제는 물건을 보여주려고 어렵게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다”면서 “타치폰으로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존에도 상인들에는 휴대전화(피쳐폰)는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영상통화를 활용한 장사가 늘면서 스마트폰이 피쳐폰의 지위를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상통화를 위해서는 양쪽이 모두 스마트폰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급률도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평양’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신종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고, 북한 매체는 최근 기존의 ‘평양’, ‘진달래’, ‘푸른하늘’과는 다른 새로운 스마트폰 ‘길동무’를 개발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새로운 기종의 시장 출시 기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 당국이 높아진 수요에 발맞춰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인들은 영상통화료가 일반 통화에 비해 상당히 고가(약 3.5배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영상통화를 하는 상인들은 계속 통화비를 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통화비를 사는 것’은 일종의 ‘전화돈’을 구입해 통화시간을 충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주민들은 전화돈을 이용해 전화 통화시간 충전뿐만 아니라 송금, 물건 구매 등에도 사용하고 있다. 일종의 북한판 핀테크라고 볼 수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한판 핀테크 ‘전화돈’ 유행…간편 송금·결제도 가능)
소식통에 따르면, 전화돈 1원은 북한돈 400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 영상통화를 5분 한다면 전화돈 75원, 북한 돈으로 30,000원 상당의 돈이 든다. 영상통화 5분에 쌀 6kg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이 든다는 것으로, 일반 주민이 이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영상통화를 활용한 장사가 늘어난 데는 북한의 낙후한 교통 인프라가 한몫하고 있다. 영상통화 비용은 실제 짐을 가지고 도시를 이동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안북도 구장에서 신의주까지 이동하는데 1인당 북한 돈 80,000원, 짐 1개에 5000~10,000원이 소요된다. 또한, 평안남도 개천에서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약 160km를 이동하는데 롱구방(승합차)버스로 무려 13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여행증을 만드는데 100달러(북한돈 약 800,000원) 정도의 뇌물이 드는 등 추가 비용까지 발생한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北써비차에 짐만 가득…’중계짐’ 활용 물건 배송 주민 늘어”)
구장에서 신의주를 이용할 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영상통화 비용이 1/3 수준이다. 여기에 시간까지 절약돼 영상통화가 상인들에게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