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대 의무이행 지연에 불능화 조절 조치”

북한은 6자회담 참여국들의 의무사항 이행이 지연되고 있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 속도를 늦추었다고 북한의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이 4일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인가’라는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밝혔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민주조선은 북한이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동결한 데 이어 불능화 단계에 돌입하는 등 의무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최근에 6자회담 유관국들이 우리의 무력화 이행에 따라 ‘행동대 행동’ 원칙에서 하게 돼 있는 의무사항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처하여 우리는 부득불 무력화 작업속도를 조절하는 조치를 취하였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말은 북한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지난달 25~26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중 3자 대북 설비지원 협의를 마친 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맡은 경제적 보상의무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은 불능화 속도를 “조절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한 뒤 나온 것이어서 실제 조치를 취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에 투입됐던 4개조 총 400명의 인력을 1개조로만 줄이고 이를 미국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현재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위해 2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작업하고 있으며, 연말연시를 맞아 일부 인력이 교체되는 등 움직임이 많다”며 심각한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민주조선의 이날 보도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 미국을 직접 겨냥한 북한 언론보도가 한동안 없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11월30일 조선중앙통신이 6자회담 참여국들의 불능화 작업 현장 점검과 관련, “우리는 미국과 각측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날 민주조선은 “최근 미국내에서 조(북)미사이의 현안 문제 해결 과정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시비하는 논조들이 울려나오고 있다”며 “말하자면 ‘선 핵포기론’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미국의 “일부 강경세력들”을 겨냥했다.

“미국내 일부 강경세력들은 우리가 완전한 핵포기를 하기전에는 미국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드니, 일본이 ‘납치문제’ 해결 정도를 봐가며 조미관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드니 뭐니 하고 목에 핏대줄을 돋구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특히 “미국내 강경세력들이 주장하는 조미사이의 현안 문제 해결 방식이 미국의 소위 자존심을 만족시켜주는 데 적합한 것일 지는 모르나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완전히 파탄시키고 조미관계를 최대로 악화시키는 결과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는 데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신문은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최근까지 북핵 협상의 진전과 퇴보 양상을 설명하고 “이런 사실들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달성되느냐 마느냐 하는 관건적 고리가 전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가들이 자기의 의무이행 사항들을 이행해나가는가 하는 데 달려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문은 그럼에도 ‘선 핵포기론’을 주장하는 것은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파탄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내 강경세력들은 예민한 시기에 경솔하게 논 데 대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겠는가를 따져보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6자회담 참여국들이 북한에 대해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하는 것을 미국측에 거꾸로 돌려 “기회는 언제나 있는 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날 보도에서도 불능화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핵신고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신문은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추진시키는 데서 철저히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다는 것은 6자가 이미 합의한 내용”이라며 “일이 뒤틀려지는 경우…책임은 약속을 빈 종이장처럼 만든 측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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