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삼성에 ‘신의주 러브콜’ 보낸 이유는?

북한이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삼성 등 한국 기업에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의주뿐 아니라 평양 인근의 남포 지역에도 대규모 공단을 조성키로 하고 한국 기업의 참여 의사를 타진해 오는 등 개방을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2002년 9월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신의주 특구는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회장이 구속되면서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다시금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북한과 중국은 4월 초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서 ‘신의주 개방 및 개발’을 주제로 한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신의주 개방 및 개발에 따른 양국 간 협력 문제 및 단둥~신의주 간 왕래를 원활히 하는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신의주든 개성이든 통째로 맡기겠다”

26일 정부 및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남북 경협 주체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삼성에 비공식적으로 신의주 특구 개발 참여를 요청했으나, 당시 삼성은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어야만 대북 투자를 할 수 있다”며 일단 입장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측은 “삼성 등 대기업이 와주기만하면 신의주든 개성이든 개발권을 통째로 맡길 수 있다”면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간절히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심경 변화에는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한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앉아서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과 함께 중국이 북한의 개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종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까지 대북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현대아산을 제치고 삼성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개성공단 관계자는 “1990년대 초에는 대우가 남포공단을, 현대가 개성공단 조성을 적극 추진했으나 그룹이 해체되거나 분리되면서 대규모 대북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이 삼성 밖에 남지 않았다”며 “북한은 삼성을 끌어들여 한국 기업에 의한 대북 투자 경쟁이 일어나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아산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자금력, 추진력, 영향력 면에서 모두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2000만평 개발이 추진 중인 개성공단의 경우 시범단지 개발까지는 현대아산이 맡았으나 100만평 추가 분양 사업부터 주도권이 이미 한국토지공사로 넘어가는 등 위상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삼성, 신의주특구 개발 참여는 아직 미지수

그러나 이런 북한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신의주 특구 개발에 적극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전기·도로·용수 시설 등 투자를 위한 제반 시설과 제도 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는 한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2002년 9월 신의주특구 추진 당시 신의주에 50년간 입법·사법·행정의 자치권을 부여하고,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을 만들어 개인의 상속권과 사유재산권 허용, 독자적인 화폐금융제도와 예산집행권 부여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바 있다.

또 2005년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의 1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교역 요충인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개발에 적극 착수할 것으로 보여, 향후 신의주 특구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영천 기자 pyc@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