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삼복’ 더위 철을 맞아 전국의 모든 국가기관들과 공장기업소, 학교에 조기 출퇴근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인 새벽 5시 출근을 지시해 각 기관과 학교에서 집단으로 지각하거나 기관들이 오후에 문을 닫아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초복이 시작되면서 평양시내 중앙기관은 물론 전국의 모든 기관 및 기업소들과 학교들에서 여름 ‘삼복철 일과’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 지시에 따라 아침 8시에 일과를 시작하던 종전과 달리 새벽 5시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오후 1시가 되면 퇴근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삼복 철이 되면 평양시를 비롯한 서부와 북부내륙지역들은 기온이 상승해 숨이 막힐 정도이고 실내뿐 아니라 야외작업하기가 참 힘들다”면서 “이 때문에 해뜨기 전 일찍 출근하여 오전 중에 하루작업 마무리 하고 가장 무더운 정오 때가 되면 모두 퇴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00년대 이후부터 김정일의 지시로 무더위철 조기 출퇴근을 실시해 왔다. 북한에는 평양시내 중앙기관들과 지방의 당 기관을 비롯한 무역회사 책임간부 사무실에는 냉풍기(에어컨)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한 여름철이 되면 가물영향으로 수력발전소들의 전력생산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해 냉풍기는 물론 자그마한 가정용 선풍기마저 돌리기 못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삼복 더위철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도 있지만 간부들조차도 더위에 냉풍기도 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가 내려진 것”이라면서 “냉풍기는커녕 선풍기도 없는 주민들에겐 아침 일찍 출근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식통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일과시간이 갑자기 변경된 것으로 그에 적응치 못한 공장기업소와 학교들에서는 연일 소동 벌어지고 있다”면서 “어린 학생들도 새벽 4시경부터 등교준비를 해야 하는데 미처 잠에서 깨지 못해 수업 한두 시간씩 빠지거나 지각하는 것으로 출석률은 절반이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동 사무소와 지역 사무기관들에서도 많은 주민이 찾아오는 시간인 오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지역주민들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라면서 “봉사기관(식당) 역시 점심시간까지 영업하고 손님이 가장 많은 오후와 저녁시간에는 문을 닫아, 평양시와 일반 도시들에서 타지 출장(공무)원들은 저녁식사 할 곳 없어 불만”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하지만 위(당국)에서는 삼복 철 일과변동을 놓고도 ‘인민건강을 염려한 원수님(김정은)의 사랑과 배려’로 선전한다”면서 “주민들은 당국의 이 같은 선전을 놓고 ‘그런 말은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애 달래듯 한다’며 비아냥거린다”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주민들은 ‘전기는커녕 일감조차 없는데 빨리 출근해서는 뭘 하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오히려 더 힘들고 피곤하다’고 냉소를 짓는다”면서 “일부주민들은 ‘선풍기도 (전기 없어) 돌리지 못하고 있으니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냐’며 불만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