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월 2일 식수절(우리의 식목일에 해당) 계기에 산림복구를 내세워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일군 뙈기밭(소토지)을 회수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이에 더해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묘목을 구해 나무를 심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당국의 산림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당국이) 식수절을 맞으면서 산간에 나무를 다 심으라는 전국적인 운동을 벌였다”면서 “실상은 나무를 땔감으로 쓰기도 하고 장마당에 내다 팔기도 하는데, 산림경영소에서는 열심히 일군 뙈기밭을 빼앗더니 그 땅에 나무를 심게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일차적으로 산간지역 도로 옆에 있는 땅을 회수해서 묘목을 심게 했는데, 주민들은 그것(뙈기밭)마저 못 쓰게 하니 온통 아우성”이라며 “우리 가족도 힘들게 일궈놓은 뙈기밭을 빼앗겨 이제 농사도 못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이른바 ‘산림복구전투’라는 구호를 내세워 산림녹화를 전(全)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산림복구전투 2단계 과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원림녹화(산림녹화)와 도시경영, 도로관리사업을 개선하고 환경오염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산림 복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산림복구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제난에 뙈기밭을 일궈서라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 현실이지만 당국은 산림복구전투라는 이름으로 뙈기밭을 회수하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주민들은 묘목까지 알아서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당국에 대한 불만이 더욱 쌓여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그는 “땅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땅에 심을 묘목을 자체적으로 준비하라고 했다”면서 “산림복구를 전쟁처럼 치르라는데 총알에 해당하는 묘목도 안 주는 것은 결국 알아서 묘목을 준비해 심으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자강도 소식통 역시 북한 당국의 산림복구전투 사업과 관련, “조선(북한)에 아직 아궁이에 불을 때는 집이 많은데, 집마다 아궁이를 폐쇄하고 대신 석탄이나 가스로 때게 한 다음에야 산림전투가 성립되지 않겠냐”라며 “조그만 나무도 무자비하게 꺾어다가 불을 때고, 땔 것이 없어서 얼어 죽는 사람도 더러 있을 정도인데 산림전투가 어떻게 성립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올해 식수절에도 ‘봄철 나무심기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나무심기와 산림복구를 독려했다.
신문은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은 조국 산천을 아름답게 하고 자연부원을 늘이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며 “우리는 봄철나무심기에 한사람같이 동원되어 온 나라를 수림화, 원림화, 과수원화하기 위한 사업에서 커다란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는 통상 식수절에 즈음해 봄철 나무심기 계획을 수립·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3월에는 아직 언 땅이 채 녹지 않아 나무를 심기가 어려워 실제 묘목은 주로 5~6월에 심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1971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4월 6일을 식수절로 제정했지만, 김일성이 1946년 아들 김정일, 부인 김정숙과 함께 평양 모란봉에 올라 산림조성 사업의 구상을 제시한 날이 3월 2일이라면서 1999년부터는 이날을 식수절로 정해 기념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