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평안남도의 내륙 산간지역 농장에서 노동력 부족으로 묵혀두고 있는 토지의 사용권을 판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 측이 일정 금액의 돈을 받고 사장되고 있는 땅을 빌려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최근 내륙 산간지역의 농장들에서 토지를 묵이기(묵히기)보다는 일정 정도의 가격으로 사용권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덕군과 녕원군, 대흥군, 맹산군 등 내륙 산간지역의 농장에서는 새해 들어 도시의 기관이나 기업소,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대학 및 초·고급중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에 농사를 짓지 않고 묵혀둔 땅을 임대하고 있다.
땅을 경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경작지를 사용할 권리를 넘겨주고 그에 대한 비용을 받겠다는 게 농장의 셈법이라는 것이다.
휴경지 임대 가격은 개별 농장의 수확고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데, 기본적으로 수확고의 30%를 시장 곡물가격으로 계산해서 값을 매긴다고 한다. 예컨대 한 농장의 수확고가 1t이라면 곡물 300kg에 해당하는 가격을 시장 거래가로 환산해서 비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휴경지 임대에 대한 수요도 있는데, 실제 지역 인민위원회 교육부에서는 교원(교사)들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들에 토지 사용권을 사게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이렇게 빌린 농경지에는 학생들을 동원해서 종곡(種穀)과 비료뿐만 아니라 노력도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농장이 휴경지 임대에 나서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농촌에서 농사를 지을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소식통은 “도(道) 농촌경리위원회가 지난해 말 ‘주체농법’ 총화를 위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의하면 평안남도의 내륙 산간지역에서 농경지를 묵인 농장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면서 “농장들이 땅을 묵이게 된 것은 농민들이 농촌을 버리고 살 길을 찾아 도시로 떠나는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산간지역 농민들이 ‘농사만 짓다가는 굶어죽을 것 같다’고 하면서 농장을 떠나는 현상이 늘어 사회적 문제로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 주변의 농장들은 그해 작황이 좋지 않더라도 시장을 통해 그런대로 소득을 얻지만, 산간지역의 농민들은 농사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흉년이 들면 먹고사는 문제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산간지역의 농민들은 넋 놓고 앉아 굶어 죽기보다 뭐라도 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거리를 찾아 인근 도시로 떠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자연재해와 대북제재 등의 영향으로 농사가 잘 안 되면서 소득이 줄어든 농민들이 돈벌이를 위해 사금 채취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https://www.dailynk.com/北-농촌서-이촌-현상-나타나-농민들-농장-떠나-사/)
당시 소식통은 추수기와 탈곡기에 몰래 낟알을 챙기려는 농민들로 인해 80%까지 올랐던 농장 출근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면서 당장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농민들의 ‘이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