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이버 테러 배후 맞나?”…국정원 발표 파장 확산

국정원이 국내외 주요 정부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의 배후를 북한 또는 해외의 종북(從北)세력이라고 지목한 것과 관련,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은 8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관련 문건을 배포하고 “이번 디도스 공격은 북한 또는 북한 추종세력이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같은 추정 근거로 이번 디도스 공격이 악성코드를 제작, 유포한 후 다수의 ‘좀비 PC’까지 확보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거쳤고, 국가기관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단행한 점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인터넷 금융거래와 전자 민원, 쇼핑몰 등 인터넷 서비스 마비로 인한 사회 혼란과 생계 위협, 생활의 불편이 우려된다”면서 “금융대란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난달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한미 두 나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예고했던 점, 북한 추종세력의 소행으로 판단했던 과거의 해킹 사례와 수법이 유사한 점을 들어 북한 내지 종북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브리핑 과정에서 배후에 북한 내지는 종북 세력이 있다는 기술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북풍(北風)을 조장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국회 정보위 위원인 민주당 박지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건를 받은 뒤 국정원에 ‘그렇다면 (북한이 사이버 테러의 배후인) 증거가 있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추정만 하고 있는 것이지 앞으로 IP를 추적해서 며칠 후면 판결이 된다’고 하더라”며 “국정원이 ‘추정’ 사항을 발표하면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도 “국정원은 현재까지 어떤 확실한 근거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국정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테러법 통과를 목적으로 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국정원은 이런 내용을 언론에 유포할 게 아니라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테러 결과를 검토한 뒤 역추정한 ‘北 배후 추정’ 정보 보고 사항에 대해 민주당이 과잉 반발하고 있어 북한을 비호하려는 햇볕정당의 본성이 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기본적인 운영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해킹으로 공격 마비시킨다면 어떤 것 못지 않은 큰 테러”라며 “실제로 북한이나 친북세력이 배후인지 모르지만 진짜 있다면 철저히 밝혀내야 테러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정보위는 9일 오후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국정원으로부터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여야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당일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