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현 시장 실태와 동떨어진 ‘한도가격’(가격 상한선)을 공시(公示), 물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밀한 시장 조사 없이 상품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하자, ‘비현실적인 조치’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시장에 써 붙인 가격 제한표에서 (당국이) 얼마나 우리들의 생활 실태에 관심이 없는지 드러난다”면서 “어떤 상품은 현재 가격보다 낮게 팔라고 하고 어떤 품목은 높게 팔라고 적어놔서 주민들의 비웃음만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쌀은 (시세와) 별 차이 없이 4800원에 팔라고 했지만, 밀가루는 시장가격에 비해 1300~1500원 낮은 가격을 적어놔서 장사꾼들의 불만이 많다”면서 “‘현지 요해(了解·파악)도 하지 않은 어느 정신나간 간부가 써 놓은 거냐’는 거침없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장사꾼들 나름대로 본전에서 약간의 이익금을 계산해 가격을 정했는데, (당국은) 왜 이런 것을 무시한 채 무작정 내려먹이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현재 시장에서 2080원에 거래되는 강냉이(옥수수)쌀(1kg)은 2300원에 판매하라고 가격표에 명시했다. 또한 중국산(産) 콩기름의 경우, 시장에서는 1kg당 9450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도가격은 7480원으로 정했다. 실태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소식통은 “콩기름 장사꾼들은 (2000원) 손해를 볼 수 없어 판매를 중단했다”면서 “옥수수는 오른 가격에 내놨지만, 사먹는 주민들은 갑자기 뛴 가격에 놀라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와 생산량의 변동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요동칠 수밖에 없는 야채를 다루는 주민들로부터 나오는 불만은 더욱 거친 상황이다.
농민들은 “농사를 직접하는 우리보다 가격을 더 잘 책정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비판하고, 장사꾼들은 “1000원에 사왔는데, 500원만 받고 팔아넘기는 손해 보는 장사를 누가 하겠냐”고 비난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최근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가 널뛰기’ 현상을 북한 당국의 ‘한도가격 강요’ 탓으로 돌리는 주민들도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선 일방적인 지시에 여기저기서 혼란이 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최근에는 중국으로 수출되던 담배가 판로가 막혔고 대동강담배공장도 없어진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가격혼란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갑자기 싼 가격의 캔 맥주(대동강맥주)도 등장해 주민들은 ‘요즘은 뭐가 뭔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식으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