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전향장기수 영웅화 소설 창작”

한국전쟁 때 인민군 종군기자였던 이인모 씨가 1993년 북으로 송환된 이후 북한 당국의 지시로 대거 창작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 관련 소설을 분석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북한문학 전문연구자인 박태상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교수가 펴낸 ’북한문학의 사적 탐구’(깊은샘)는 저자가 몇 차례 북한방문에서 보고 들은 문화현상과 평양에서 직접 구입해온 다양한 북한저작물 등을 분석한 최신 논문들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최근 북한에서 활발하게 창작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 관련 소설을 이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었다.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북한소설은 1995년 이인모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한웅빈의 단편소설 ’93년 3월19일’이 첫 작품으로 꼽힌다. 이어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합의 후 그해 9월 63명의 비전향장기수를 북한으로 송환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4ㆍ15문학창작단에 의해 관련 장편소설이 대거 창작됐다고 저자는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지시 이후 비전향장기수 관련 소설은 2004년 봄까지 40여편, 2005년까지 약 60편이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비전향장기수를 영웅화한 첫 장편소설은 김일성상 수상작가들인 림재성의 ’최후의 한 사람’과 김진성의 ’지리산 갈범’으로 추정했다. ’최후의 한 사람’은 북송 장기수 함세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4ㆍ15문학창작단은 2003년 최장기 비전향장기수 기록을 갖고 있는 김선명(82)의 일대기를 그린 ’조국의 아들’을 비롯해 ’나의 추억 40년’ ’새벽하늘’ ’의리’ ’한 피줄’ ’통일연가’ ’피젖은 이끼’ ’재부’ ’하얀 모래불’ 등을 잇따라 출간했다.

이어 2004년 권정웅의 ’북으로 가는 길’, 김종석의 ’봄날은 온다’, 김은옥의 ’포옹’ 등이 간행됐다. 2005년에는 김정의 ’자유’ 등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소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저자는 “한반도에서는 말로만 앞세우는 통일담론의 뒤편에서 아직도 체제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당국이 비전향장기수들을 영웅화하는 것은 ▲정치적 선전선동에 가장 좋은 소재이고 ▲김정일 위원장의 광폭정치, 인덕정치를 홍보하기 좋은 소재이며 ▲인민들에게 주체사상과 신념의 교양을 심어주는 중요한 실천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에는 홍석중의 ’황진이’와 이태준의 ’황진이’를 비교 고찰한 논문, 홍석중의 역사소설 ’높새바람’에 관한 연구논문, 북한시문학과 시적 담론의 변화양상을 고찰한 ’시정시ㆍ혁명송가ㆍ민요 그리고 대중가요’ 등 북한문학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논문들이 함께 실려 있다. 429쪽. 1만9천원./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