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사회주의 소굴 시장을 단속하라”

▲ 평양 락랑구역에 위치한 한 20층 아파트 앞에 형성된 노점시장.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는 곳이지만 수백명이 사람이 장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촬영된 장면 <제공:아시아프레스>

최근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개인 경제 확대에 대한 강한 경계심 때문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평양에 있는 시장에 대한 단속은 지난 10월 초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정상회담 기간 동안 환영인파 동원 등의 이유로 평양에 있는 시장들을 모두 폐쇄했고, 이후 시장을 개방한 대신 거리 노점과 40대 이하 여성의 장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양 시장이 너무 확대 되다보니 위에서는 그 전부터 이를 곱게 보지 않았다”면서 “통제가 심해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부터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하기 1~2주 전부터 외부 사람들의 평양 출입이 제한되고 장마당(시장) 운영이 중단되는 등 통제가 심해졌다”며 “그 시점을 계기로 장마당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고, 간부들 또한 (노 대통령 방북 이후) 단속을 쎄게하고 있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평양 등 주요지역에 대해 ‘특별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주민 통제 정책을 실시했다.

중국 단둥에 나와 있는 평양의 한 무역회사 간부도 이날 기자와 만나 “평양 시장을 몰래 찍은 동영상이 남조선에서 대대적으로 방송됐다는 말이 나오며 통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평양의 선교 시장을 촬영한 영상이 지난 달부터 3회에 걸쳐 일본 뉴스 프로그램에 방송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간부는 “평양시 인민위원회에서 40대 이하 여성들을 기업소에 받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우리 기업소에도 200명이나 할당이 내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기업소도 크지 않는데 너무 많은 인원이 배정됐다”며 “배급도 못줄 형편이라 받아줄 수 없다고 항의해 결국 없던 일로 했다. 평양의 다른 기업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나라에서 먹여 살리지 못하니까 시장에 나가는 것 아닌가. 간부들도 시장에 매달려 살고 있기 때문에 시장 통제는 불가능하다”며 “당 간부들의 처나 딸들도 시장에 나가 물건을 파는 상황에서 시장 통제는 일시적인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또한 “종합시장 관리원들만 해도 전국적으로 그 수가 엄청나다”며 “한 달에 3만원 씩 월급 받던 사람들이 2, 3천원 밖에 못 받는 기업소로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시장을 막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 평양 선교구역에 위치한 선교시장. 담장 안쪽이 종합시장이고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은 임시로 매대를 설치해 장사하는 사람들 <제공:아시아프레스>

북한 당국은 현재 40세 미만 여성들의 장사를 금지하는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함경북도에서는 오는 12월부터 장사 허용 연령을 45세로 이상으로 정하며, 여맹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고 한다.

한편, 외교 소식통을 통해 최근 입수한 노동당 내부 문건 내용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비사회주의의 소굴로 전락해버린 시장을 단속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지난 10월 발행된 이 문건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비사회주의인 현상에 대해 적당히 대응해서는 안 된다. 철저히 근절하기 위해 집중적인 공세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문건은 “인민들이 시장을 통해서 생활의 편의를 누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국가적인 규율이나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장소로 전락했다”며 “어느 시는 인도는 물론 자동차 도로에까지 매일 몇 만 명의 상인들이 나와 있어 자동차 주행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문건은 북한 당국조차도 시장 활성화로 주민들의 시장 의존도가 커지고 비사회주의적 현상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건은 또한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용 연령에 이른 여성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과 국가의 배려로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자신의 본분을 버리고 매매 행위에 빠져든 것은 초보적인 양심과 의리마저 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군용품이나 전략 물자 등 국가적 통제품을 밀매하는 브로커를 뜻하는 ‘거간꾼’, 도매 장사를 폭해 폭리를 남기는 ‘차판 장사꾼’, 남조선의 불순 녹화물을 유포하는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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