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밀접촉’ 협박은 김정일 노쇠화 반증

북한의 공갈협박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북한은 김정일 방중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남북 당국간 정상회담 예비접촉 사실을 폭로했다. 북한 발표 내용에는 회담에 관여한 참석자 명단과 돈 봉투 전달 사실, 천안함 무마 시도까지 담겨 있어 국내에는 큰 소동이 일었다.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비밀접촉 녹취까지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폭로에 이어 협박으로 한 단계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북측이 보인 저간의 행태를 볼 때 남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카드로 우리 정부를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이러한 대남 압박 의도는 결국 남측 내부의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을 일으켜 남한 내부 혼란 성과를 올려보겠다는 간계이다. 이와 함께 김정일의 건강과 심리가 노쇠화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남북문제가 나오면 국민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정치권이나 국민들 간의 갑론을박으로 편안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바로 이러한 내부 분열이 김정일이 공갈협박을 통해 실속을 채우는 나쁜 버릇을 갖게 한 1차 동인이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핵문제부터 시작해 이 정부 들어 대북전단 살포 문제나 천안함 폭침 진실규명 과정에서 어김없이 재연됐다.


핵 문제만 해도 남한의 진보좌파를 자처하는 종북주의자들은 “북한이 약소국이고 미국이라는 거대강대국의 맞서기 위해서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어 이를 이해한다”는 말로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최근 민노당 대표는 ‘3대세습을 비판하지 않겠다’고 말해 국회에서 종북 노선을 떳떳하게 밝히기도 했다.


북한인권문제도 마찬가지다. 인권문제는 북한의 인권탄압실태와 정치범수용소 등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현실을 개선하는 것인데 이와는 거리가 먼 대북지원문제를 끼워 넣어 쓸데 없는 논쟁을 벌리고 있다.


김정일은 이러한 남측 내부 갈등에 대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남북문제를 지휘하는 국방위원회와 집행단위인 정찰총국, 통전부는 이와 같은 남측의 분란을 흡족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명백한 대남 도발도 이명박 정부 책임이라며 정부를 공격하니 북한 입장에선 일거 양득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으로 추진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출범 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잘 지켜져 왔다. 이와 같은 일관된 정책으로 과거 정부와 같이 현금지원이나 쌀·비료를 지원 하면서 구걸하는 서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공격에 대해서는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심험을 실시해도 몇 달 지나지 않아 수십 만 톤의 식량을 지원했던 노무현 정부와는 차별화 된 모습으로 평가된다.


실제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과 대북지원 유도를 위해 한 동안 대남 유화전술을 펴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에는 북측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전부장이 내려와 김정일의 정상회담 초청 메시지를 들고 왔다. 지난시절 북한에 구걸하다시피 성사된 정상회담과는 달리 북한이 우리에게 끌려오도록 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정상회담과 관련해 항상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에게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개최는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관철시키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 사과와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보인다면 남북관계 개선, 대북지원 재개, 6자회담 개최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 먼저 천안함을 사과하라고 설득한 것이 바로 베이징 비밀접촉으로 파악된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지난 몇 번의 대북접촉에 대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사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녹취록 공개 협박에는 ‘할테면 하라’고 맞받아 쳤다.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 당시 일부에서는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여러 번 대북접촉을 가져놓고도 이를 숨겨왔다거나, 겉으로는 대북 압박정책을 하면서 뒤로는 북한과 타협을 시도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요새 한국 사회는 정부 정책이나 해명을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이러한 불신은 더욱 강해진다. 대북정책은 사실상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단계를 이미 벗어난 느낌이다. 수개월 전 일본의 쓰나미 사태 당시 어려운 조건에서도 일본 국민이 보여준 모습과 대조적이다.


북한의 대남 공세는 더욱 빈번하고 노골화 될 것이다. 여기에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도 포함된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하반기에 각종 게이트와 무상복지 등 포퓰리즘 준동으로 상당한 정치적 난국에 처해 있다. 대북정책도 남북관계 단절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떠넘기는 야당과 종북세력의 준동으로 선명성이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 과거 햇볕정권은 정상회담을 출구로 선택했다. 노무현도 집권 말기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와 달라야 할 것이다. 임기가 18개월 남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해 큰 이익을 볼 것도 없다.


국민들은 지난 정부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에 식상해 있다. 회담은 화려한 환영 대회를 제외하고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대북정책에서 찾아 섣부른 정상회담과 대북지원에 나선다면 이는 북한 도발에 시간을 끌었지만 결과적으로 포상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일관성을 유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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