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붕괴 논의는 If 아닌 When의 문제”

(동아일보 2005-11-09)
(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8일 기자와 통화한 전문가들 중 일부는 미국이 중국에 이미 김정일(金正日) 정권 붕괴 이후의 문제에 관한 논의를 제안했다며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20년 이내에 북한 정권의 붕괴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등의 도움으로 붕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 토머스 버넷(미 해군대 교수) = 버넷 교수는 “8월에 열린 미중 고위 전략회의에서 양측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정권 붕괴 이후의 상황, 즉 ‘포스트 김정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중 고위 전략회의는 정치 군사 경제 등 분야에서의 대화를 위해 8월 처음 개최됐다는 것. 미국 측에서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 측에선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이 대표로 나선다.

버넷 교수는 미국의 미래 군사전략을 담은 ‘펜타곤의 새 지도’의 저자로 9·11테러 이후 미 국방부 군사재편국 자문관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상세한 내용이 토의됐다기보다는 미국 측에서 ‘일종의 씨앗을 심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면서 “이 문제(포스트 김정일)가 앞으로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인지는 ‘만약(if)’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when)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서구 지역에서 교육받은 중국 지도자 5, 6세대들이 2010년경부터 부상할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중시하는 이들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대만 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넷 교수는 지난달 발간한 책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에서도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 결국 북한 정권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백해무익한 냉전의 꼬리뼈(tailbone)’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이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과 유엔군을 구성해 김정일 위원장 제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 제거에 관해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3가지는 △좋은 시나리오(아이티의 독재자 베이비 독 뒤발리에 처리 방식처럼 김 위원장에게 망명케 하는 방법) △나쁜 시나리오(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처리 방식처럼 김 위원장만 붙잡은 뒤 투옥시키는 방법) △추잡한 시나리오(밀사를 시켜 김 위원장에게 탁자 건너편으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의 시신 사진을 보이는 것, 그리고 미국 네오콘의 북한 점령 및 재건 계획을 보여 주는 것) 등이다.

▽ 안드레이 란코프(호주국립대 교수) = 란코프 교수는 “현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북한 인사들이 20년 이상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25년을 전후해 군부 쿠데타에 이어 지식 중산층 주도의 민중혁명 순으로 북한 붕괴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러시아 출신으로 1980년대 김일성종합대에서 수학한 뒤 ‘북한 현대 정치사’ 등의 저서를 내기도 했다.

란코프 교수는 또 “현재 청와대는 그들이 바라는 단계적 통일만을 상정하고 있지만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켄트 콜더(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 콜더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직접적으로 협상할 필요가 없는 네오콘 및 보수진영에서는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북한 붕괴론을 제기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인 일이고, 미 행정부도 북한에 대한 협상 압박 수단으로 이를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원조가 계속되는 한 북한 붕괴는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