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안한 시장사회주의 초기단계?

최근 북한은 일부 공장 기업소 판매에 대한 국가계획을 포기하고 국정가격을 시장가격으로 대체하는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계획을 지속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조치는 ▲국정가격을 없애고 기업이 시장가격에 따라 판매 ▲생산과 판매에서 국가계획을 없애고 기업이 자체판단 ▲결제는 반드시 은행을 거치고 일정한 세금 납부 ▲노동자별 성과급을 기업이 자율결정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통해 장마당(암시장)을 북한 체제내로 편입시킨 효과를 거둔 반면 생산과 공급이 부족해 극심한 인플레를 겪어왔다. 이번 조치는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 생산유발 효과를 얻어보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번 개혁 조치에 군수산업, 철강이나 중화학 공업 같은 국가기간산업과 정보기술 등 대형 중앙기업들은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 경제개혁 조치를 두고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본격적인 시장사회주의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 지난 12월 정세분석자료에서 ‘북한은 시대적 요구에 발전시킨다는 명분 아래 경제사업에서의 ‘실리보장’을 중시하는 ‘실리사회주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사회주의’란 중국이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초기에 덩샤오핑이 내세운 흑묘백묘(黑描白描)의 ‘시장사회주의’와 유사한 개념이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실리사회주의는 시장사회주의의 위장개념으로 내용적으로 보면 중국이나 동구가 초기에 취한 개혁조치보다 더 많은 시장주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개혁조치는 북한의 계획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형태를 띄게 된 것”이라며 “지도부의 결단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북한 당국의 정책수단을 시장쪽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북한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계획 실패, 시장사회주의 개념 안 중요해

이번 개혁 조치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용적으로 시장주의 요소를 많이 도입했지만 북한지도부가 개혁개방 정책으로 선회, 일관되게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기보다는 계획의 실패로 인해 가동되지 않은 공장을 그나마 일으켜 보려는 수세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식 실리사회주의, 시장사회주의 개념은 별로 중요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체제 특성상 개혁이 가속화될수록 정치위기는 심화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지도부가 어떻게 나올지가 향후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며, 신의주 특구 좌절과 휴대폰 회수 조치, 비사회주의검열대(비사그루빠)에 의한 외부유입 문화 단속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와 경제가 긴장관계를 형성할 때 북한지도부의 개혁 후퇴는 언제든지 반복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빈부격차가 극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설농장을 통한 대규모 지주가 등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유제 문제가 경제개혁의 핵심문제라고는 보기는 어렵게 됐다. 따라서 어차피 자본의 유입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외국자본에 대한 투자보장장치,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개선 등이 향후 북한의 변화와 관련한 핵심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이번 경제개혁 조치를 예로 들며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 경제관료 출신 한 탈북자는 “이러한 일련의 개혁조치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난 심화라는 궁지에 몰리면서 궁여지책 끝에 내놓은 결과물로 볼 수 있다”며 “정부가 햇볕정책을 통해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개혁조치는 더 빨리 나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실제 계획이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획을 포기하는 발표가 큰 개혁의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라며 “햇볕정책이 북한의 경제관리 정책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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