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따른 상응조치인 경제∙에너지 지원이 가속화되지 않으면 북핵 6자회담 진전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이자 우리 측 실무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브피핑을 통해 “북측은 불능화 상응조치로의 대북 경제지원의 속도가 늦다며 (지원이) 가속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전날 열린 ‘6자회담 경제∙에너지협력 실무그룹회의’ 결과와 관련, ‘경제∙에너지 지원 속도 향상이 핵 신고의 전제조건이냐’는 질문에 “북한은 지원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신고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지난주 남북 실무협의에서 “경제∙에너지 지원이 불능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2단계를 마무리 짓고 3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9월까지 중유지원 완료 ▲즉각적인 발전 설비∙자재 제공 계획 수립 등을 의장국인 남측에 요구했었다.
황 단장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이에 따라 제공되는 경제∙에너지 지원이 완료되는 시점에 대해 “어제 회담이 난항을 겪기는 했지만 실무그룹 차원에서는 대북 지원의 속도와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합의된 사항을 문서로 정리했다”면서 “타깃 데이트(목표시점)를 정확하게 정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측이 당초 요청한 시간표는 우리가 합의한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는데 현재 여건이 있으니까 이에 바탕을 두고 북측도 합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단장은 전날 회담이 난항을 겪은 것과 관련, “북측은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의 시간표와 공급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주기를 희망했지만 일본이 아직까지 공식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결정하기가 참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에 이어 불능화 조치 11개 중 8개를 마무리했고 나머지 3개 조치 중 핵심인 폐연료봉 인출작업은 총 8천개 중 3천200개 정도만 진행됐다 ▲미사용연료봉 처리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 제거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불능화 조치에 비해 경제∙에너지 제공은 중유로 환산하면 총 100만t 중에서 39만여t만 이뤄져 속도가 느리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반면 다른 참가국들은 핵시설 불능화가 북측 주장처럼 많이 이뤄진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 단장은 “북측계산으로는 약80% 이상이 불능화 조치가 된 데에 반해 우리 5자의 경제지원은 40%밖에 안됐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연료봉 인출에 대해서는 속도가 문제인데 속도를 사실 더 높여야 된다”고 말했다.
북핵 2∙13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를 이행하는데 따라 나머지 5개국은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을 해야 하며, 이와 별도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등 정치적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
황 단장은 전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6자회담 경제∙에너지 각 국 실무대표인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 천 나이칭 중국 외교부 한반도 담당대사, 커트 통 미국 NSC 아시아경제담당 국장, 타케시 아카호리 일본 한일 경제과장, 올레그 다비도프 러시아 아주1 부국장 등과 함께 북핵 불능화와 이에 대한 경제∙에너지 상응조치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