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지연에 대한 대응조치로 지난 14일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중단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고 불능화 조치 중단 사실이 “이미 유관측들에 통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12일간 북한과 한국,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이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어떻게 움직였는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당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조치 발효시점을 8월 11일로 잡았으나 북핵 검증체계가 구축된 뒤에야 해제시킬 수 있다며 이를 발효시키지 않았다.
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사흘후인 14일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유관국에만 통보했을 뿐, 공개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
이날 성 김 미국 대북 협상특사는 앞서 북측과 북핵 검증의정서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지 12일만에 또다시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당시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그가 검증체제 마련을 위해 중국관리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때 일각에서는 성 김 특사가 방중 기간 협상 파트너인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전격 회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북한측 인사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후 15~19일 미.중, 한.미, 한.일 등 북핵 검증 방안도출을 위한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의 협의가 베이징과 뉴욕, 워싱턴, 도쿄에서 잇따라 열렸다.
테러지원국 해제 1차 시한인 11일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일주일만인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테러지원국 해제가 연기되는 데 대해 처음으로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국은..(중략) 우리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한 공약을 이행기일이 지난 오늘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비핵화 실현에서 기본인 ’행동 대 행동’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나흘 후인 22일 성 김 미국 대북협상 특사가 북한 협상파트너와 뉴욕에서 회동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성 김 특사와 북측 관계자들간에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구체적인 협의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날 회동에서 북측에 핵 검증을 위한 이행계획을 담은 방안을 제시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답변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나흘만인 26일 미국이 10.3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이미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했고 원상복구도 고려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제시한 검증방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지난 14일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협의를 했다”며 “북한의 의도를 추측하건대 지금 단계에서 이에 과잉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북한이 이를 발표하지 않는 한 우리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 당국자는 또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나머지 국가들과도 북한의 조치에 대해 과잉반응을 하지 않고 북한이 검증의정서 협의에 되돌아오게 만들어 테러지원국 해제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발표는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긴장을 고조시켜 협상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때문에 과잉반응을 하거나 에너지 지원을 중단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나머지 참가국들이 합의했다는 얘기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