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접촉 끝나자 잇따른 대미 압박 행보

미국을 북미 양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북한이 북미 뉴욕 실무접촉이 끝나기 바쁘게 연일 ‘핵억제력 강화’라는 협박무기로 미국을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3일 북한이 폐연료봉 8천개의 재처리를 지난 8월말 끝냈으며 여기서 추출된 플루토늄을 핵무기화하는 데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미국이 아직 우리와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도 그만큼 제 갈 길을 가면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북미 양자회담에 조속히 호응하지 않으면 핵억제력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들 주장은 북한의 핵억제력 강화 조치가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므로 지금도 자신들의 핵무기고가 커지고 있고 미국이 북한과 양자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을 미루면 미룰수록 더 커질 것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압박 행보는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최근 미국행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회담과 북미관계 개선에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압박 행보는 그러나 역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으로의 안정적인 후계구축 등을 위해 북미관계 개선에 목을 매는 북한 지도부의 다급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재처리가 8월말 완료됐다는 중앙통신의 이날 보도는 재처리가 마무리 단계라던 지난 9월초 주장을 사실상 재탕한 것인데, 완료시점이 8월과 9월로 차이나는 점은 사소한 것일 수 있으나 북한의 허술한 점을 엿보게 해준 셈이다.

북한은 유엔주재 북한 상임대표의 이름으로 9월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감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편지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주장도 했던 만큼, 북미 양자대화가 계속 미뤄질 경우 플루토늄 무기화의 ‘성과’나 우라늄 농축의 ‘성공적 진행도’를 하나씩 ‘발표’해 나가는 압박 행보를 계속 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 6월에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보리의 대북 결의 1874호에 강력 반발하면서 우라늄농축 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채취공업부문 성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우리 자체의 힘으로 건설하게 될 경수로 발전소의 핵연료를 원만히 보장하려는 일꾼들과 노동계급의 앙양된 열의와 줄기찬 노력투쟁에 의해 우라늄 광석 생산에서 획기적인 성과들이 이룩됐다”고 우라늄 농축 문제를 은근히 상기시켰다.

그러나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폐연료봉 재처리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과 대화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재처리가 끝난 만큼 북한이 당분간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핵동결의 기반을 마련해 대화가 시작될 물리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풀이를 내놓았다.

우라늄 농축시설이 어디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변 핵시설의 복구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그에 따라 추가적인 재처리 활동이 없다면 핵활동이 사실상 동결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 때도 미국은 북한이 재처리 과정에 들어가 있을 때는 북미협상에 나서지 않았지만 재처리가 마무리 되면 협상에 본격 나섰었다고 장 실장은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