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군사회담’ 제의 배경과 전망

북한이 13일 미국에 양자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의 개발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자위적 억제력 개발 차원이었던 만큼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북한의 기본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북한 군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번 담화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핵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위협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며, 거꾸로 북미간 군사적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요구인 것이다.

북한의 이번 제의가 ‘2.13합의’ 이행이 본격화하면서 영변 핵시설의 폐쇄가 임박하고 6자 수석대표회담을 코앞에 두고 제기됐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주목되지만, 일단은 6자회담 진전에 새로운 장애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지난번 남북 군사실무 회담에서 남북간 장성급회담을 앞질러가면서 일정에 합의하는 등 남북 군사회담에 적극성을 보였던 것과 관련해서도, 이번 제안은 남한과의 군사논의 배제 의도라기보다는 남북간, 북미간 군사회담이라는 2개의 양자 논의 구도를 만들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 북한의 주장대로 북.미간 논의 틀이 확고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며, 이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도 북한과 군사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제안 의도에 대해 조성렬 국제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그동안 진행돼온 남북간 군사회담과 동시에 북미간 군사회담을 열어 위협 감소 차원의 보다 큰 범주에서 논의를 갖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선전이라기 보다는 실질적인 제안을 던진 것”이라고 봤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을 보면서 적절한 시점에 각국이 합의할 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부시 미 행정부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르면 연내에 북한과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라는 미 언론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전체제 종식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한 제안이라는 것이다.

조 실장은 “한반도에서 실질적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있는 남,북,미 3국간에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제안은 한반도의 긴장을 생산해 내고 있는 당사자들끼리 머리를 맞대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의 논의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자 사이에 하더라도 군사문제는 북미간에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조 실장은 설명했다.

북한이 그동안 남북한과 미국간 3자 군사공동위를 만들자고 주장해온 점에 비춰, 북한이 군사문제에선 중국을 빼고 남북 군사회담과 북미 군사회담이라는 투 트랙의 양자 논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남북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남측이 호응하지 않자 “그렇다면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남측을 압박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의도가 ‘한국 배제’라면 미국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평화체제의 실질적 논의는 남북한이 당사자 원칙에 입각해서 풀어야 하는 데 평화체제 논의 초기에 북미간 논의 구조가 고착화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더욱 능동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남북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북한과 협상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군사회담에 소극적인 정부의 자세로는 평화체제 진전에서 우리 몫을 상실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우리의 핵문제란 본질에 있어서 미국의 핵문제”라며 “우리 인민은 남조선으로부터 미국의 핵무기 철수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시종일관 주장해 왔다”고 말한 것은 미국과 핵군축 회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군축이 상호성이 내포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작년 6자회담을 앞두고 주장하던 핵군축을 다시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2.13합의가 이행되는 상황에서 핵문제 해결에 장애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그동안 정전협정의 효력 상실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정전협정의 준수의무를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북미간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도 ‘UN 대표’의 참석을 주장한 것 역시 정전협정 서명 주체 한국전에 참가한 미군의 최고사령관이자 유엔군사령관 자격임을 감안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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