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패와 전쟁’에 돌입하나

북한당국이 작년부터 부패한 관료를 척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부패와 전쟁’에 들어갔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9일 “북한에서 작년부터 전당, 전국적으로 검열바람이 대대적으로 불고 있다”며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전 사회적으로 배금주의가 확산되고 이로 인한 각종 부패와 비리가 갈수록 만연해 북한당국이 부패 척결의 칼을 빼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북관계 활성화와 남북간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서 대남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진행되고 있는 것.

남북 당국간 회담에 북한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던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정운업 회장은 거액을 착복한 협의가 포착돼 작년 11월 말 우리의 검찰에 해당하는 검찰소에 끌려가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소식지에서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산하의 장생무역총회사 사장이 남한에 선철을 불법으로 판매한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다가 의문사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당국이 작년 하반기부터 남북 경협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대남사업 관계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 등에 상주했던 민경련과 민족화해협의회 인사들의 평양소환을 거론했다.

특히 대남관계자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조사는 경협종사자 뿐 아니라 대남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통일전선부에 대해서까지도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대남사업 종사자 뿐 아니라 외화벌이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도 개인착복혐의가 드러나 경질되는 사례가 빈빈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금관리부서인 노동당 39호실 산하 조선대성총국 총국장이 약 140만달러를 착복했다가 적발돼 작년 가을 경질됐다고 보도했다.

총국장 외에도 재해보험을 취급하는 대외보험총국 간부 등 부국장급 경제관료 4~5명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북한당국은 지난 연말 러시아와 중국 등 대형외교공관에 나와있는 외교관들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벌이고 있는 ‘부패와 전쟁’은 단순히 대외관련 부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부정부패와 관련된 인사들을 적발해 처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주목된다.

지난달 좋은벗들은 소식지에서 “북한당국이 최근 수십정보의 개간 농경지와 곡물을 국가에 등록하지 않고 사취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노력영웅인 평안남도 문덕군의 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과 관련자들을 공개처형하고 이를 묵인한 군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 보안서(경찰서)를 해산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부정축재자에 대해서 공개총살을 통한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노동단련대나 노동교화소, 정치범수용소 등으로 보내 엄벌에 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당국의 부정부패 척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사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조치로 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 군 보안사령부 등을 축으로 하는 ‘공포정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의적 권력행사가 가능한 사회주의사회에서 개혁과정에 부패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인 만큼 당국의 단속만으로 부정부패의 완전한 척결이 가능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진화하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부패는 구조적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당국 차원의 조사와 숙청 등의 현상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끊임없이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당국의 부패 척결은 개혁에서 후퇴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내부정비를 통해 보다 정상적인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문제는 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고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일이 완전히 척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