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유층, 차례상에 뭘 올리나?…‘양주, 파인애플, 바나나’

북한에서 추석은 1986년부터 김정일의 ‘조선민족제일주의’ 주장에 따라 민속명절로 지정되었고 1988년부터는 공휴일이 됐다. 북한의 주민들은 각자 생활수준에 맞게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조상 묘를 찾는데 한국처럼 ‘명절 차례’와 ‘기일 제사’를 구별하지 않고 그냥 ‘제사’로 인식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전후해 북한 주민들의 추석 풍경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고난의 행군’ 이전만 해도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식량 공급도 있었고 물가도 지금처럼 높지 않아 일반 주민들도 추석을 지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로 들어 북한 사회에 빈부격차가 커지자 추석 풍경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 중 추석에 산소를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여행․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돈도 없기 때문이다. 거주지가 고향과 멀면 멀수록 성묘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북한의 중산층 이상들은 큰 걱정 없이 움직일 수 있다. 간부들이나 돈 많은 사람들은 쉽게 차를 동원할 수 있다. 특히 간부들은 자신이 사업용으로 타는 차를 자가용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성묘 길에 별 어려움이 없다. 일부 차 없는 사람들은 인맥관계를 이용해 국가 기업소의 간부나 운전수에게 부탁해 성묘에 나서기도 한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청진까지 왕복으로 휘발유 70㎏정도가 필요하다. 통상 차를 빌리는 사람은 필요한 기름에 10~15kg정도를 더 넣어준다. 일종의 사례인 셈이다. 간혹 운전수가 기름을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있으니 현금으로 달라고 하면 현금으로 지불하기도 한다.

2005년 전 까지는 그래도 하루세끼 ‘이밥’ 먹는다는 상류층들은 추석이면 차를 빌려 타고 성묘에 나서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모습도 많이 줄어들었다. 9월 기준으로 북한 시장에서 휘발유 거래가격이 ㎏당 북한 돈 3천원 수준이니 회령에서 청진까지 성묘를 가려면 유류 값만 21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곳에 산소가 위치해 있는 집들은 함께 돈을 모아 화물차를 빌려타고 성묘에 나서기도 한다.

빈부의 격차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간부들의 제사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외제품들이다.

북한에서도 제사상에 술과 떡, 육류, 생선류, 과일류, 채소류 등 기본 메뉴로 올리는데 우선 술부터 차이가 난다. 외국 출장을 다니는 외화벌이 일꾼들이나 ‘뇌물’이 많이 생기는 고위 간부들은 포도주나 양주를 준비한다. 또 국경과 가까운 지역에서 사는 부자들은 북한 시장에서 1~3만원에 팔리는 중국산 ‘바이주(白酒)’를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일반 주민들은 시장에서 500g에 500~1,000원 하는 옥수수술을 마련한다.

북한 제사상 차림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과일이다. 간부층은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사과, 배, 파인애플, 바나나 등을 상에 올린다. 중국산 과일은 북한산 과일보다 크기와 당도에서 차이가 많다. 당연히 모양도 더 좋다. 일반 주민들은 북한 산 사과 정도를 제사상에 올린다.

또 시장에서 1㎏당 2400원씩 하는 중국쌀을 사서 떡도 만들고 밥도 할려면 적어도 2㎏의 쌀은 사야 한다.

지금 북한 시장의 물가로 따져보면 제사상을 구색에 맞게 차리려면 최소 북한 돈 5만원은 쥐고 있어야 한다. 쌀값이 kg당 북한 돈 2천원이 넘는다. 돼지고기는 ㎏당 5천원, 이면수 1마리에 2천원이 넘는다. 두부와 계란, 무, 콩나물, 고사리 등 까지 준비하려면 돈이 만만치 않다.

요즘 북한 상인들의 1일 기대수입이 북한 돈 5천원이다. 일반 가정에서 하루 먹거리로 필요한 옥수수 2kg에 반찬거리를 장만할 수 있는 금액이다. 때문에 추석 제사상에 몇만원 씩 지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땅속에 묻힌 조상들도 ‘빈부 격차’에 시름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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