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유층, 골드만삭스에서 자산 관리”

▲ 김정일에 대한 풍자 캐리커쳐를 기사와 함께 게재한 타임지 웹사이트

북한이 위폐 제조와 마약 밀매 등 불법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간 1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12일 보도했다.

타임은 미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전, 현직 관리들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한의 불법활동을 분석한 ‘Sopranos State(소프라노 국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잡지는 “2005년 북한의 합법적 수출 총액이 연간 17억 달러(美 CIA 추산)인 점에 비춰 보면 엄청난 금액”이라고 전했다.

‘소프라노’는 수년전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피아 두목의 이름으로 ‘범죄 국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타임은 “북한 노동당의 39호실은 섬유와 경공업, 광산 제품의 해외 수출을 담당하는 동시에 마약거래에서부터 자금 세탁까지 불법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며 “북한 체제 내 다양한 조직들이 불법활동의 집행에 가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39호실이 재정 관리를 전적으로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39호실은 김정일과 핵심 측근들의 비자금 관리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며 “일부 부유층들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UBS(스위스 국제투자은행)에서 개인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39호실…北 불법활동 총 지휘”

타임은 또 “김정일 정권의 불법 활동은 아시아 뿐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 미국 등지를 무대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법 행위는 조직 폭력배가 아니라 대부분 해외 대사관에 나가있는 외교 관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자문관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이 범죄 조직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대량살상무기 운반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위조 지폐와 마약, 가짜 담배, 권총, 로켓 발사기 등을 미국 내에서 유통시키려다 적발된 중국인 범죄 조직에 대한 재판이 올 하반기 뉴저지에서 진행될 예정이기도 하다.

타임은 북한의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마약 밀매와 위조지폐 유통, 가짜 담배의 생산을 꼽았다.

◆ 마약밀매=중국 국경과 인접한 양강도 혜산시에 살았다는 탈북자 김인호 씨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여름 동료들과 함께 근처에 있는 농장에서 양귀비를 채취했다”고 말했다.

양귀비는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로 이용된다. 북한 당국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식량 생산이 아닌 양귀비 재배에 주민들을 내몰고 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이렇게 생산된 마약은 러시아나 중국 등지에서 판매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개인 조직이 비밀스럽게 마약 제조와 유통에 관여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마약 밀매를 주도하고 있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북한은 다양한 방법으로 마약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여셔 전 자문관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그들의 짐에 약을 넣어 운반한다”며 “대사관들은 평양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 활동을 통해 자금을 스스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로인은 좀 더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통되는데, 범죄 조직들이 거점을 두고 있는-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나 홍콩-항구를 통해 거래된다. 북한 정부 관리들과 거래를 했었다는 러시아 소식통은 “그들은 불법 조직들이 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거래한다”고 밝혔다.

타임은 북한 인근 국가들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마약 밀매 산업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당국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가짜담배=북한 내 10~12개 담배공장에서 연간 410억 개 가짜 담배가 생산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북한의 가짜 담배 수출은 불법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 연간 8천만~1억 6천만 달러의 이윤을 남기고 있다.

김정일은 가짜 담배 생산으로 얻은 소득을 측근들의 충성심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탈북자들은 “가짜 담배 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말보로나 마일드세븐 등 유명 상표 담배를 생산하다가, 최근에는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담배 생산에 필요한 장비는 대만이나 중국 본토를 통해 들여온다.

가짜 담배는 어느 국가의 법적 영향도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서 원양 밀수선에 선적된 뒤 소형 고속정에 나눠져 동아시아의 거래책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 해군기지로 사용됐었지만 현재는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필리핀 수빅만 시설은 북한산 가짜담배의 밀거래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담배사업은 북한이 불법 생산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이동하는지를 알 수 있는 창이라고 타임은 설명했다. “북한은 다른 나라에서 등록한 배를 이용해 담배를 밀수하고 있다”며 “만약 김정일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량살상무기가 북한의 무기고에서 다른 나라로 밀매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덧붙였다.

◆ 위조지폐=미국과 한국의 정보기관에 따르면 북한은 최소한 1994년부터 위조지폐를 생산해 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994년부터 현재까지 13건의 위폐 사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타임은 “한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이 1998년까지 위조지폐를 제작했다고 밝혔으나, 지난 2001년과 2003년도 위조지폐를 만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조지폐의 유통 또한 대부분 해외를 드나드는 외교관들을 통해 이뤄진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북한산 위조지폐는 유럽 이외에도 아시아 지역 등지에서 유통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위조지폐 제작, 유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불법적인 금융활동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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