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시 ‘폭군’ 발언에 강경입장

북한 외무성은 3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등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에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한 형식을 통해 부시 대통령을 ’불망나니’, 인간추물’, ’도덕적 미숙아’, ’무고한 인민의 피가 묻은 손을 내흔드는 세계의 독재자’이라고 반격했다.

부시 대통령이 29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폭군’, ’위험한 사람’ 등으로 지칭한 지 단 하루만에 반격에 나선 것은 북한 지도부의 ’분노’를 그대로 드러낸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부시 대통령 집권기간에는 “핵문제의 해결도, 조ㆍ미관계의 어떤 진전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4년이상 아량을 보일만큼 보였고 참을만큼 참아왔지만 더이상 참으면서 정책변화를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참가할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미국에 더이상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으며 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변인이 “우리가 택한 길은 백번 정당하며 그 길을 따라 곧바로 버젓하게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향후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에 따라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같은 강경 행보를 이어갈 수도 있음을 예상케 한다.

이미 북한 인사들이 핵실험을 흘리는가 하면 미국 등 주변국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상황이다.

북한은 ’2.10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 불참을 전격 선언한 이후 6자회담 재개의 최우선 조건과 명분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과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부시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을 ’폭군’ 등으로 비난함으로써 북한이 6자회담을 기피하고 강경 행보를 지속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분을 준 셈이 됐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을 비롯해 미국의 최근 조치들은 북한의 6자회담 참가 요구인 ’회담 분위기 성숙’과 거리가 멀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이른 시일내 북한이 회담장에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북한이 자신들의 길을 따라 곧바로 버젓하게 가겠다고 한 것은 핵무기 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강경한 입장으로 나오자 이제는 행동으로 나가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