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봉쇄된 삼지연시에 식량·현금 지급… ‘혁명성지’ 특별대우?

인당 하루 옥수수 300g씩 보름치 배급하고 현금 2500원씩 주기도…주민들 "그보다 봉쇄를 풀어야"

김정은 삼지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사진으로 공개한 삼지연시 전경.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양강도 삼지연시에 한 달간의 봉쇄령을 내린 가운데 최근 이곳 주민들에게 식량과 현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삼지연시가 봉쇄된 지 이틀째에 이스즈 10톤짜리 트럭 5대가 갑자기 들어왔다”며 “방수포가 씌워진 차에는 강냉이(옥수수)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그날로 바로 동 담당 주재원(안전원)과 인민반장이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강냉이를 나눠줬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삼지연시 각 주민 세대에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한 사람당 하루 300g씩 총 15일분의 옥수수가 배급됐다. 안전원들과 인민반장들은 주민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면서 ‘평양에서 내려온 사랑의 배급’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삼지연에는 작년 가을 배급으로 1년 치 감자를 줬는데 그게 벌써 다 떨어져 절량세대가 많았다”며 “중앙에서는 이런 상태에서 봉쇄로 삼지연시 주민들이 굶어 죽게 되면 혁명전적지 단위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강냉이 배급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재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지고는 상황에서 봉쇄령이 내려진 뒤 며칠 만에 옥수수가 배급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군량미를 풀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뿐만 아니라 삼지연시 주민들에게는 인당 2500원의 현금이 지급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를 두고 안전원들과 인민반장들은 주민들이 본래 약초나 나물을 캐다 팔아 조금씩이라도 돈을 벌었는데 방역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됐으니 당에서 보상 차원으로 ‘배려금’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삼지연시 은행에 현금이 없어서 혜산에 있는 도(道) 은행에서 호송차와 호송 인원을 동원해 현금 보따리를 가져오기까지 했다”며 “그동안 여러 지역에 봉쇄령이 내려졌지만 이렇게 현금을 푼 경우는 삼지연이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삼지연시 주민들은 이번 현금 지급을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주민들은 “지금 이발하는 값도 8000원인데 2500원 가지고 무엇을 하겠냐” “지금 시장도 다 닫혀 뭘 살 수도 없다” “이보다는 봉쇄를 빨리 풀어주는 것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다”라며 근본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삼지연은 다른 국경 도시와 비교해볼 때 중국과의 거리가 특히 가까워 집단적으로 도주(탈북)하는 현상이 나타날까 봐 중앙에서 배급과 현금을 푼 것이라는 말이 주민들 속에서 파다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마찬가지로 현재 봉쇄령이 내려진 인근 혜산시의 주민들은 삼지연 주민들에게 배급과 현금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중앙에서 삼지연에 강냉이와 현금을 풀었다는 것을 알게 된 혜산 주민들은 이전 봉쇄 때 우리한테는 돈을 받고 쌀을 내줬는데 삼지연은 먹을 것을 그냥 줬다면서 봉쇄로 먹고살기 힘든 것은 다 똑같은데 그곳 인민들만 인민이고 우리는 치안대(적대계층)나 간첩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