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철 농사를 앞두고 북한의 비료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협동농장 뿐 아니라 개인 소토지 농사까지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불안한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보통 4월 초부터 비료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데 지금은 시장에도 비료가 팔리지 않을 만큼 비료난이 심각하다”며 “3월까지는 식량가격이 상승하는 바람에 화학비료 1kg에 옥수수 3~5kg 정도의 가격이 형성됐으나, 지금은 그 마저도 사기 힘들 만큼 비료가 없다”고 알려왔다.
그는 “아직까지 협동농장에 국가에서 공급하는 비료가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농장 간부들 역시 ‘이러다 올해 농사를 다 망치는 것 아니냐’며 뒤 늦게 인분토를 확보하기 위해 농장원들을 닥달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옥수수 파종을 앞두고 있는 농촌 주민들 역시 “이러다가 올해 소토지 농사는 아예 시작도 못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는 비료는 기본적으로 세가지 정도의 경로를 통해 흘러온다. 우선 비료공장이나 비료공급을 담당하는 국가 단위에서 간부들이 비료를 빼돌려 시장에 내다파는 경우다.
비료공장과 비료공급 단위들은 자체 유지비 마련을 위해 한번에 2~5t 정도의 비료를 도매상들에게 판매한다. 개개 간부들 역시 수백 kg 단위의 비료를 빼돌려 시장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비료가 들어올 때 이를 관장하는 단위에서 도매상들에게 비료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도 농장에 공급된 비료를 작업반장, 분조장 등이 농기구가동을 위한 연료 마련을 위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이런 고정적인 유통창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4월 초부터 시장에서 유통하는 비료가 뚝 끊겨 ‘비료대란’을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시장에서 비료가 안팔리자 벌써부터 ‘올 가을 식량가격이 어디까지 뛸지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면서 “비료문제는 식량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사람들의 심리가 불안해지면 식량가격 상승까지 부채질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 해마다 30만t~35만t 정도의 비료를 남한으로 부터 지원받아 왔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자회담 탈퇴, 장거리 로켓 발사, 2차 핵실험 등 강경행보를 이어가면서 남측의 대북 비료지원이 중단되고 말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가 지난 달 11일 중국 해관통계를 인용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 중국으로부터 1만7천t의 비료를 수입하기도 했으나, 50만t 이상으로 추정되는 연간 필요량을 채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