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위지도원들이 음력설을 앞두고 탈북자 가정에 ‘설 준비물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27일 전했다. 탈북자 가정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현금과 물품을 갈취하고 있다는 제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온성군(함북 소재)을 비롯한 국경연선 지구 담당 보위지도원들이 탈북자 가정과 중국 비법월경자, 밀수꾼을 대상으로 보위부 직원들의 명절준비는 물론, 개인의 사리사욕까지 채우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음력설이 다가오면서 보위지도원들의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면서 “보위지도원들이 탈북자 가정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협박 반 구걸 반’ 하고 있다”며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도적떼와 다름없다”고 분개했다.
그동안 보위부 등 이른바 권력기관들의 주민들에 대한 수탈은 일상다반사로 알려져 왔다. 그들은 명절(김일성·김정일 생일, 음력설, 추석 등) 등에 필요한 물품 등을 사실상 주민들을 통해 조달해 왔다.
특히 탈북자 가정 등 이른바 불순한(?) 계층으로 일상적 감시를 받는 주민들에 대한 보위부 등 권력기관의 강탈은 더욱 노골적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온성군 보위부 반탐과(반탐 부부장 등 25명 규모)는 이번 음력설 준비를 위해 지역담당 보위지도원들에게 담당 구역 특성에 따라 ‘준비물품’을 각각 분담시켰다.
보통 1인당 할당량은 ▲고급술 10병(1병 4000원), 돼지고기 5Kg(1kg 5000원), 고급담배 20갑 또는 ▲휘발유 20kg(1kg 3000원), 각종 과일 및 당과류, 기름(1병 5000원) 등이다. 둘 중 하나를 개별적으로 선택해 준비해야 한다.
온성군 온탄 노동자구 같은 지역은 보위지도원만 3명이다. 따라서 할당량이 만만치 않다. 오롯이 탈북자 가정 등의 몫으로 떠넘겨 지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최근 들어 보위지도원이나 보안원, 검사, 당 일꾼들이 인민들을 압축(뇌물강요)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면서 “과거식의 위협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가정(탈북자, 비법월경자가 있는 가정)을 포섭하거나 얼리며 그들에게 할당량을 분담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위지도원들의 하루 일과가 탈북자 가정을 방문하는 일이다. 그들은 집에 들어와 앉으면 술상을 차릴 때까지 나가지도 않는다”며 “한잔 마신 후에야 ‘한국에선 소식이 오는가’ ‘돈은 오는가’ ‘이번에 연락 오면 살기가 어렵다고 우는소리를 해라. 그래야 돈을 많이 보낸다’고 부추긴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신들 가정의 대소사도 언급하면서 뇌물을 강압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이들은 이야기하는 과정에 은근슬쩍 자기가정에서 언제쯤 대사(결혼, 환갑 등)가 있는데 ‘도와주면 나쁠 것은 없지’하면서 내놓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심지어 ‘돈을 많이 보내오면 잘 먹고 잘사니까 좋은 것이다. 다 사회주의를 지키는 길이다’고 말하기도 한다”면서 “돈 있는 냄새만 나면 파리처럼 달려들어 빨아 먹는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보위지도원 등의 수탈에도 주민들은 뒤따를 보복 등을 두려워해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들의 할당량을 대신 채울 수밖에 없다는 것.
소식통은 “보위지도원이나 보안원을 비롯한 법관들은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 그 놈들은 이중적인 성격이여서 받아먹을 때뿐이고 가질 때뿐이지 일단 문제가 터지면 몸 빼기(피한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