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부 간부집에 ‘산타클로스’ 인형이 왜?

북한에서 종교는 허용되지 않는다. 종교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심하면 처형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2001년부터 10년째 북한을 세계 최악의 종교탄압국으로 지목했고, 국무부는 북한을 ‘종교자유탄압 특별관심국’으로 지정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역시 딴 세상의 일일 뿐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은 북한의 3대 영웅 중 한명인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생일임과 동시에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추대일과 겹친다.


‘크리스마스’의 존재를 알더라도 김정일 일가(一家) 우상화에 동원되기 때문에 즐길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2000년대 들어서 중앙당 간부나 부유층 자제들이 평양에서 자신들만의 이브를 즐기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예수탄생일’이라는 종교적 관점보다는 국제적인 명절로 인식돼 즐길 뿐이다. 북한 당국도 대학생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 것을 알지만 엄격한 단속이나 처벌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 사이에선 크리스마스라는 말조차 여전히 생소하다.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2009년 탈북한 박철용(45.가명)씨에 따르면 한 지방 보위지도원을 비롯한 당 간부들조차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산타 할아버지’를 몰라 송년모임에서 ‘산타 형상의 인형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박 씨에 따르면 북한에서 종교를 탄압하고 종교와의 투쟁에서 제일선 병사라 할 수 있는 국가보위부 보위지도원의 집에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산타 할아버지’ 인형이 버젓이 김일성·김정일 초상 밑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주인조차 이 인형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이 인형은 약 80cm 크기에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는 빨간 옷의 산타 할아버지 모양이다. 주인은 인형을 가보(家寶)처럼 여겼고, 아이들에게도 조심히 다룰 것으로 타일렀다. 아이들 역시 이 인형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손님들이 만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박 씨는 “2007년 12월 27일 보위지도원 집에서 시보위부(반탐과)와 상급보위부 간부들, 주변 당 간부들이 초청받아 ‘송년잔치’가 벌어졌다”며 “당시 손님들에게는 그 인형(산타)이 신기해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어디에서 구했냐’ ‘나에게 줄 수 없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술과 음식을 먹은 손님들은 저마다 그 인형을 달라고 주인에게 졸랐고, 주인은 “중국에 갔다 온 사람에게서 선물로 받은 ‘조상을 형상화한 할아버지 공예품’이다” “다른 물건을 달라면 줄 수 있으나 저것만은 안 된다” “저걸 가져가면 복이 나간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 손님들은 “무슨 공예품인지 잘 만들었다. 제법 옷까지 입혔으니 진짜 할아버지 같다” “할아버지가 악기를 타면서 서있으니까 집안에 웃음이 넘치라고 하는 것 같다” 등의 부러움을 표현했다. 


크리스마스와 산타를 모르는 북한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가슴 아픈 해프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