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신탕’ 신선로도 국가규정 정해

북한 당국이 각 산업분야에서 규격화와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특히 ‘국제 규격화’를 강조하고 있어 대내적으로 제품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 있을 대외 개방에도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규격화 사업을 총괄하는 국가품질감독국의 리호섭 국가규격제정연구소장은 ‘세계표준의 날’인 지난 14일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에서 “규격화 대상 영역을 계속 넓혀 나가며 국제 규격화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규격 제정사업에 적극 참가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통신은 “조선(북한)에서는 규격화, 표준화의 제정 대상영역이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정보기술(IT)과 기초과학을 비롯하여 여러 부문의 규격들과 품질관리, 환경관리, 식품안전에 관한 규격들을 국제 규격과 일치시켰다”고 전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계획규율, 노동행정규율을 강화하고 규격화 사업을 짜고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 시점이 분명치는 않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제품의 규격을 바로 정해놓고 국규대로 생산하는 질서를 세우도록 해야 하겠다”고 지시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2월 전했었다.

‘국규(KSP)’는 한국산업규격(KS)에 해당하는 북한의 산업분야 ‘국가 규정’이다.

북한 당국의 이같은 규격화.표준화 실적이 구체적인 통계로 나온 것은 없지만, 북한 언론보도를 통해 진행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중앙통신은 “약품생산 및 품질관리 기준이 새롭게 국가규격으로 제정되어 의약품 생산기지 건설로부터 생산준비, 제조과정, 생산물 처리에서 지켜야 할 위생 안전상 요구를 높은 수준에서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건물과 살림집의 간판 및 문패를 비롯한 사회생활의 국가규격들과 도서관 통보사업, 환경보호분야 규격들도 수많이 제정되었다”는 것.

통신은 또 “콩가공품, 청량음료, 기초식품 등 각종 식료품들과 단고기장, 신선로, 평양냉면과 같은 민족음식들이 국가규격으로 제정된 것만 하여도 수백 건에 달한다”고 말해 ‘보신탕’의 국가 규정도 정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제정된 여러 분야의 규격들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새롭게 개정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지난 3월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을 통해 상품유통의 정보화와 사회주의 상업 발전을 목표로 한 ‘상품식별부호(바코드)법’을 제정한 사실을 전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바코드는 “국가적으로, 국제적으로 유일하게 식별해야 할 모든 유통항목”에 적용되고 “상점에서 파는 소매상품들, 상품의 포장 단위, 수송이나 저장을 위해 묶어지는 수송단위들”이 포함된다고 민주조선은 소개해 물류분야의 표준화도 이뤄지고 있음을 알렸다.

북한은 철도의 수송능력 증대를 위한 현대화와 표준화 역시 추진중이며, 고려의학(한의약)의 성분, 가공 및 법제 등의 표준화와 규격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2000년대 초 남북 기술표준협력 사업에 참여했던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계량정보연구팀장은 26일 “북한이 2000년대 초부터 기술표준에서 국제적 흐름에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부분적인 성과도 거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바코드법’ 제정과 같은 북한의 규격화.표준화 노력은 내부관리와 생산 자동화를 국제방식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대외 개방까지도 고려한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0년 11월과 2002년 8월, 2003년 11월에는 각각 러시아, 중국, 베트남과 ‘규격.계량.품질분야 협조협정’을 차례로 맺는 등 규격화.표준화를 위한 국제협력에 나서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