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국이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전면적인 격리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각 보건성은 지난 13일 각 지역 의료기관과 인민위원회에 결핵 증상자를 일괄적으로 진단 검사하고 결핵으로 판명되면 격리 시설에 수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문에는 어린아이들도 검진 대상에 포함하며, 대상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강제 격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은 결핵 환자 강제 격리를 지시하면서 병실이 부족할 경우에는 임시 건물이라도 지어서 격리 시설을 설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 북한에 결핵 환자와 이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자 당국이 더 이상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결핵을 앓다가 죽은 사람들이 최근에 많아졌다”며 “결핵은 갑자기 죽는 병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결핵에 대한 공포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발간한 ‘세계 결핵 보고서 2021’을 통해 북한을 결핵과 다제내성 결핵 모두에서 고위험군으로 지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북한의 결핵 환자는 13만 5천명으로 전년도 보다 3천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정보나 자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북한 내 결핵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의 결핵 환자 중 치료를 받는 비율은 66%이며, 결핵 환자의 감염 치사율은 16%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에서 결핵 환자는 물론 결핵으로 인한 사망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영양 부족 상태와 직결돼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핵의 증가는 영양 결핍 그리고 의약품 부족과 직결된다”며 “북한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 방역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두 가지 원인이 한꺼번에 심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영양 상태가 전반적으로 악화한 데다 결핵약 부족으로 초기에 의학적 치료도 할 수 없고, 약을 복용하고 있던 환자들마저 완치 전에 결핵약 복용을 중단하면서 결핵이 단시간에 급속하게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결핵은 충분한 영양과 치료제가 공급되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북한 결핵 환자들의 치사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국이 격리 수용된 결핵 환자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와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결핵약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번 보건성 지시는 결핵 환자 치료가 아니라 격리, 그리고 결핵 확산 방지에 초점이 맞춰진 조치”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도 “과거에도 북한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감염자를 격리하는 조치를 강제적으로 실시해왔지만 치료약이나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한 것은 아니었다”며 “현재 북한의 식량 및 의약품 상황으로 미뤄볼 때 대규모 결핵 환자들에게 식사와 약품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