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병원 과장급에 ‘실력 형편없어’ 외국인 지적 듣게 했다

의료 책임자 자극 주면서도 외부 지원 극대화 노린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평양 조·중 친선병원을 찾아 중국인 교통사고 부상자를 위로하는 과정에 녹이 심한 병원 침대가 눈에 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

최근 양강도 혜산 지역에서 병원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의료 실태와 개선점에 대한 강습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외국인도 참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외부 지원을 확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강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도내 병원장, 과장급들을 대상으로 한 강습이 진행됐다”며 “강습에서는 북한의 의료 체계가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강습에서 유엔 기구에서 온 오스트랄리아(호주) 국적의 인사가 통역원을 데리고 참가했다”면서 “앞으로 개선해야 할 의료기술과 시설에 대한 유엔 측의 지원 방향에 대한 설명도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의료 시설 및 서비스가 열악하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민주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연구원의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현황(2018)’에 따르면 북한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난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국가에서 의료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병원 필수의약품 구비현황이 매우 열악해 소독제, 마취제는 아예 없을 정도다.

이런 북한의 의료 환경은 주민들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의 과장급 이상의 간부라면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강습의 목적이 의료 현황에 대한 파악과 개선 지점에 대해 교육하기 위한 것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외부 인사에게 열악한 의료 시설과 현황을 공개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끌어내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들어 그동안 감추고만 있었던 좋지 않은 면을 사실 그대로 외부에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면서 “상황을 제대로 보여줘야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측은 강습에 참석한 외국인에 발언 기회를 주는 파격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오스트랄리아 국적의 이 인사는 ‘조선(북한)의 병원 의사들의 실력이 매우 낮다. 이런 낙후한 실력과 시설을 가지고 어떻게 사람들의 생명을 다룰 수 있느냐’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의료 부문을 담당하는 북한 책임자들에게 자극을 주면서도 외국인 후원자의 마음을 사서 지원 극대화를 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소식통이 언급한 유엔 측 인사는 유엔이나 산하 기구의 사람이 아닌 국제구호단체 관계자일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달 31일 미국의 대북 구호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는 8월 중 북한에 지원단을 파견할 예정이라며 컨테이너 6개 분량의 지원품이 북한으로 운송되는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물품에 대해 반입을 제재 면제 조치하고 있어 국제 구호단체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달에만 CFK, 유진벨재단, 프리미어 어전스(PUI)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가 면제됐으며 올해 총 21개 유엔 산하 단체 및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면제 조치가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