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병원가도 약 없어…“시장가서 약 구해와라”

▲ 진찰중인 북한의 의사

북한 정권의 불평등한 분배정책 때문에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주민들의 의료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북한의 보건상황을 주제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열린 토론에 참석한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식량과 의약품 등을 꾸준히 원조하지만, 북한 정부의 불평등한 분배 때문에 실제 도움이 가장 필요한 빈곤 계층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고 VOA(미국의 소리) 방송이 17일 전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동북아 담당 국장은 “북한의 자원 부족은 보건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북한 정부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계층(핵심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평양 외의 지역의 주민들은 더욱 심각한 의료시스템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 전염병인 성홍열이 돌고 있다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와 관련 “말라리아와 성홍열, 콜레라 등의 질병이 북한에서 보고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이런 질병들은 좋은 약만 있으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을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열약한 상황이 진전되지 않고, 새로운 질병이 보고 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의료 및 보건 체제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평양의 지도층이나 지도층과 친분이 있으면 병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외곽지역의 병원에는 약도 없고 필요한 의약품을 환자 스스로 구해야 하는 등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5월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신 모 씨도 참석,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신 씨는 “북한에서는 병원에 가도 의사가 종이에 약 이름만 적어준 뒤, 시장에 가서 직접 구해 와야 치료해줄 수 있다고 했다”며 “해외에서 보내준 구호 의약품은 주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빼돌려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날 공개된 탈북자 2백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해외원조 식량의 35%는 군대로, 26%는 당 간부에게, 28%는 시장에서 팔리고 있으며, 5%만이 식량이 실제 필요한 어린이나 노인, 빈곤층에 돌아간다고 답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또 북한 정부의 태도가 국제사회의 의료 원조 확대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정부가 의약품과 장비 원조만을 요구하고, 국제구호기구나 단체들의 직접적인 주민 접촉을 막고 있다”면서 “투명한 자원 분배와 상황 개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북한에 대한 구호활동 확대를 막는 큰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이 궁극적으로 개선되려면 북한 정권의 ‘전환(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면서 “북한 지도자들은 주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대원조국인 중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해 국제기구 수준의 감시기능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난민보건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코드랜드 로빈스 박사는 “분배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어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기위한 원조는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