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트남 화폐개혁의 실패에서 교훈 찾아야

11.30 화폐교환조치 이후 북한에서는 시장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아사자도 나왔다고 한다. 이것이 극히 일부의 제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신권 인플레이션의 초기 징후인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초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이 시점에서 북한 화폐개혁의 실패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만일 화폐개혁이 실패한다면 북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베트남 사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보기로 하자. 베트남은 1985년 8월 10일 ‘정치국 28호 결의’에 따라 가격 및 임금 개혁을 단행하고 이어서 9월 14일 구권과 신권의 교환비율 10 : 1의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이 화폐개혁은 높은 수준의 가격과 임금의 총조정을 동반하였는데 이후 베트남 경제를 큰 혼란에 빠트렸다. 당 정치국 「31호 결의」는 당시의 혼란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화폐교환과 가격과 임금의 조정이라고 하는 3가지 큰 정책이 단시간 내에 연속해서 실시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베트남)의 사회경제정세는 극히 복잡한 전개를 보이게 되었다. 물가는 돌발적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1985년 12월 중순 이후가 그렇다. 시장은 점점 혼란해지고 있다. 통화는 대단히 빠르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재정적자와 유통하고 있는 현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간부, 노동자, 직원, 무장세력의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다.”


화폐개혁 이후 초 인플레의 수치를 보면 종전 월 3~4%였던 자유시장에서의 물가상승은 1985년 10월 이후 10% 이상이 되었고 연율 480~700%에 달하였다.



이후 가격-임금-화폐개혁의 실패의 원인을 둘러싸고 보수파와 개혁파간에 치열한 노선투쟁이 전개된다. 실패의 원인에 대해 보수파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 화폐개혁과 가격-임금개혁의 일제 실시 ▲ 화폐개혁 이전 임금개혁에서 가격차의 임금보전 방침(인플레 수당 혹은 물가인상 수당 지불)을 결정하였는데 이것이 통화부족을 초래 ▲ 사영상업을 개조하고 시장을 관리 하에 두고 사회주의적 상업을 발전시켜서 국가의 가격형성권을 중심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의 불철저.



반면 쯔엉 찐(Truong Chinh)을 비롯한 개혁파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 화폐개혁과 가격-임금개혁의 일제 실시가 한 요인이라는 점은 인정하나 화폐개혁을 강행한 것은 보수파이며 시장조정형 개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보수파들이 사적생산에 일격을 가하기 위해 성급하게 단행한 화폐개혁이 원인 ▲ 화폐개혁은 통화부족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이 아니며 보수파들의 화폐개혁 구상은 그 이전부터 존재



▲ 재정 온정주의(연성예산제약)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이를 재생산하는 중앙집권적ㆍ관료적 제도를 폐지해야 하나 이것에 손대지 않았고, 재정 온정주의를 일거에 폐지한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고 새로운 가격과 임금에 종래의 불합리한 지출이 그대로 부가되어 제품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 ⇒ 화폐교환과 동시에 통화가치 하락 초래 ▲ 국가의 가격형성권이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부단한 괴리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파생 ▲ 초 인플레의 공급측 요인은 소비물자의 공급 부족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업이나 경공업 등 소비재 관련 산업의 개발이 중시되어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중공업 등 대규모 공업건설 중시노선이 지속 ▲ 자원의 최대한 이용을 강조하면서도 상당한 자원흡수력을 갖는 비사회주의 섹터(사적경제 섹터)를 폐절하려는 경향



이와 같은 보수파와 개혁파의 논쟁은 시간이 갈수록 개혁파가 주도권을 쥐게 되는데 나중에 쯔엉 찐은 화폐개혁 실패의 교훈으로서 베트남처럼 뒤떨어진 사회주의 국가의 초기단계에 필요한 지도적 사상은 다음 사항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을 지시한다.



▲ 상품생산의 발전을 거쳐야 한다는 것 ▲ 인구가 많고 일자리가 없고 자금이 부족해서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힘을 갖지 않은 단계에서는 농업, 경공업, 유통, 가내수공업과 서비스업 등 비사회주의 섹터의 존재를 승인하고 이것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 소비물자의 공급 증대에 기여하도록 투자분야를 조정할 것 ▲ 외국 자금을 도입하기 위해 대외경제관계를 개선할 것 ▲ 경제관리시스템의 문제로서 자유시장을 활용하고 시장의 실세에 가까운 가격형성 메커니즘을 도입할 것.



이것이 바로 경제적 발상의 쇄신, 즉 도이모이인 것이다.



베트남의 교훈으로부터 북한의 화폐개혁을 생각할 때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다.


먼저 긍정적인 면은 이런 것이다.


▲ 외국 자금을 도입하기 위해 대외경제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점 ▲ 물자소비법 등 제정을 통해 상품 코스트의 삭감과 경영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모습 ▲ 부동산관리법 제정 등으로 국내 개발자금의 원천인 국가재정 확충을 도모하고 있는 점.



부정적인 면은 이런 것이다.


▲ 김일성 시대의 슬로건 실현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온정주의 노선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 화폐개혁 이후 임금설정에서 구(舊) 임금 보장설(說)은 온정주의의 표현인데 이는 결국 막대한 재정적자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 ▲ 국정가격 재(再)고시는 시장의 실세에 가까운 가격형성 메커니즘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 ▲ 공공연하게 비공식 시장의 약화를 말하고 있다는 점 ▲ 사적경제 섹터의 발전에 대한 정당한 관심과 정책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 ▲ 여전히 국방공업 중시론을 말하고 있고 소비재 생산 중시와 관련된 투자분야 조정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11.30 조치에서 부정적인 면이 압도적인 것은 이 조치가 기본적으로 베트남과 같은 발상의 쇄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과거 지향적인 보수적 발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어떻게 보면 7.1 조치 이후 진행된 시장화의 성과 조차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도이모이의 지도자들은 자유시장을 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살행위’라고 규탄하였다. 베트남은 도이모이를 통해 ‘가난을 나누어 가지는 사회주의’에서 벗어났다. 북한도 ‘굶주림을 나누어 가지는 사회주의‘, 또는 ’기근동맹‘에서 벗어나 ’발전동맹‘으로 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오랜 벗. 베트남이 걸었던 길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북한당국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해가 바뀌는 이 시점에서 새해에는 북녘 동포들이 경제재건을 이루어내고 복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이글을 마친다.




* 이글의 베트남 사례에 관한 기술은 후루타 모토오(古田元夫)의 『ドイモイの誕生』(青木書店, 2009)을 주로 참조하였다. 아울러 이 책을 소개하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신 일본 간사이 대학(関西大学)의 李英和 교수님에게도 감사를 표한다.<끝>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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