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이징·평양서 ‘양날칼’ 세워

북한이 14일 베이징(北京)과 평양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6자회담과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경수로 제공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두 회담의 난항을 예고했다.

제16차 장관급회담의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는 이날 기조발언을 통해 “북남관계 발전을 결박하고 있는 과거의 낡은 틀, 낡은 명분, 낡은 형식을 버리고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며 “이와 배치되는 법률과 제도를 철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참사는 ’남북관계 발전과 배치되는 법률과 제도의 철폐’라는 표현으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강력 요구했으며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도 촉구했다.

북측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전체회의 기조발언부터 의제로 들고 나왔다.

북측은 올해 5월 개성에서 열린 차관급회담에서 고(故)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불허 재발방지와 함께 국가보안법 철폐와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요구했다.

또 지난해 5월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장관급회담에서 남측 범민련 관계자의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처벌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베이징 6자회담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어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말은 의례적인 수사를 넘어 남한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북측은 4차 6자회담 휴회 중 한.미 양국이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을 실시한 데 대해 남측이 ’민족공조’를 저버리고 ’외세공조’로 기울고 있다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UFL연습과 당장 평화적 핵이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남한의 입장에 반발하는 동시에 최근 남한 정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다고 판단, 강경한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진행된 북.미 양자 협의에서 경수로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미국은 참가국 누구도 경수로를 지원할 의사가 없다고 첨예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권을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로, 경수로 지원을 핵무기 개발 포기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는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라는 입장으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이제 북핵과 관련해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면서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권이라는 명분과 NPT 복귀라는 실질적인 양보를 내세워 경수로 제공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실장은 또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살리기도 중요하지만 이 목표까지 시간은 자기 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6자회담에서 북.미 간 원칙적인 합의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평양과 베이징에서 동시에 표출된 북측의 강경한 입장이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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