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김정일을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한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강도높게 비난한 데 대해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12일 말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하루 전인 1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이 대통령을 ‘역도’로 비난하면서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미국과 함께 북침 야망을 실현해 보려는 가소로운 망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북측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특히 “이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한 부분에 대해 정부로서는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평통을 통해 비방 중상하는 것에 대해 정부로서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이야기해온 만큼 앞으로 이러한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평통은 이 대통령의 초청 제안에 대해 “남조선을 세계 최대의 핵전쟁 전초기지, 핵 화약고로 만들어 놓고 핵수뇌자회의 개최요 뭐요 하고 희떱게 돌아치는 것도 가관”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조평통은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사과 요구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고 우리와 끝까지 엇서려는 흉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역도가 끝까지 대결로 나가려는 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지금까지의 입장을 심중히 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마주 앉아 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북한이 올해 초부터 지속해온 ‘대화공세’에 회의적 뜻을 내비친 것으로 이후 다시 ‘대결자세’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같은 날 “서로 차원이 다른 문제를 억지로 결부시키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는) 불순한 기도가 엿보인다”고 비난한 바 있다.
현재 정부는 북한에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대화제의를 해놓은 상태로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조평통이 “마주 앉아 봐야 얻을 것이 없다”며 “지금까지 입장을 심중히 고려해 볼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향후 남북대화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셈이다.
이와 관련 당국자는 “북한이 책임있는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하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 확인하는 과정으로 북한이 비핵화 관련 정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상 (남북대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