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벌써 내년 농사준비로 농민들 다그쳐

북한 당국이 대규모 노(동)력동원 운동인 ‘150일 전투’에 이어 ‘100일 전투’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을 농촌지원에 내몰았지만 식량생산이 저조하자 벌써부터 내년 농사준비 구호를 내걸고 농장원들을 다그치고 있다.  


18일 데일리NK와 통화한 북한 내부 함경북도 소식통은 “가을걷이가 끝나는 대로 ‘추경(가을갈이)’을 할 데 대한 지시문이 내려와 농장 간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당장 탈곡도 못해 야단인데 검열성원들까지 내려와 조사사업을 벌리고 있다”고 전해왔다.


가을갈이란 추수(가을걷이)를 끝낸 이후 논과 밭을 갈아 엎어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 당국은 농장원들에게 ‘가을갈이는 땅을 부풀려 다음해 알곡 수확고를 높일 수 있고 땅에 떨어진 풀씨들도 깊이 묻어주어 김매기 효과도 있다고 선전한다. 또 땅 속에서 겨울을 나는 병해충도 죽일 수 있어 일석삼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북한 내부 양강도 소식통도 “가을갈이를 할 데 대한 지시문이 내려왔지만 벌써 땅이 다 얼었기 때문에 양강도의 경우는 특별히 제외되었다”며 “대신 공장, 기업소별로 흙깔이와 무당벌레 잡이와 같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북한 농업성은 지난달 20일 각 도 농촌경리위원회들을 통해 ‘가을갈이와 병해충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울데 대하여’라는 지시문을 내려 보냈다.


11월에 들어서면서 당, 행정, 사법기관 일꾼들로 조직된 ‘농업지도소조’를 새로 조직해 다음해 농사준비를 위한 검열에 착수했다. 당국이 농업개혁이나 비료 증산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제쳐놓고 농민들 노동력 동원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검열은 내년 3월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기존의 농촌검열보다 강도가 높다. 또한 검열성원들이 농장 말단간부(작업반장, 분조장)들에 대한 간부 해임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이기 때문에 농업부분 행정일꾼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가을걷이가 채 끝나지 않은 조건에서 이처럼 지난달 말부터 추경을 밀어부치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력과 운반수단 부족으로 수확해 놓은 낟알을 저장 창고로 옮기는 것이 늦어지고 있는 것. 또한 양강도 이남도 벌써 땅이 얼기 시작해 추경이 쉽지 않은 조건이다.  


북한의 경우 자동차나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가 부족한 데다 기름마저 없어 농사일의 대부분을 부림소(농사를 짓는 소)가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부림소로 얼어버린 논과 밭을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당장 추수한 농작물도 실어들이지 못해 쩔쩔 매는 판에 추경을 하라고 야단들이다”며 “농업지도소조가 작업반 별로 매일 추경 실적을 장악하고 채근을 하고 있으니 가을걷이 완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을걷이가 늦춰지면 논판에서 허실되는 식량도 적지 않다”며 “소들도 가을걷이가 끝나면 살을 찌워야 내년 봄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 해도 지금처럼 혹사하면 내년 농사 때 힘을 쓰지 못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농업지도소조가 하도 다그치니 가을걷이가 바쁜 간부들은 한숨뿐이다”면서 “못 하겠다면 목이 날아날 판이니 ‘하는 척’은 하는데 노(동)력이 부족해 일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농촌에서는 병충해 예방을 위해 논과 밭에 불을 지르면서 산불도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10월 중순 양강도 풍서군 일대에서 일어난 산불은 강냉이(옥수수)뿌리를 불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병해충 박멸을 위해 강냉이뿌리와 벼 뿌리를 모두 불사르도록 지시가 내렸었다”고 전했다.


그는 “‘벼와 강냉이 뿌리를 모조리 소각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많은 산불이 발생했다”며 “옥수수 뿌리를 불태우는 과정에 양강도 풍서군에서만 10월 한 달 사이에 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식량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가을이니 먹을 것이 좀 있어 그런대로 일을 하지만 내년 봄엔 굶는 세대들이 늘어나 농사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근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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