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벌써부터 南 차기정권 길들이기 나섰나

북한이 한국 정부 인사들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폭로한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달 9일 베이징 비밀접촉 사실을 밝히며, 한국정부가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남북 비밀접촉이 이뤄진 시점과 남측 대표로 나온 통일부 정책실장, 국가정보원 국장,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실명을 직접 거론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간 비밀접촉이 있었던 점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한 ‘돈봉투를 내밀며 매달렸다’ ‘천안함, 연평도에 대해 유감표명이라도 해달라’는 내용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이 과장 왜곡됐다는 설명이다.


북한 주장의 진위여부는 차차 밝혀질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유례 없는 폭로전을 펼친 배경과 목적이다. 


북한이 남북 당국간 비밀접촉의 비공개 관례까지 깨고 (정황상 관례적인 교통비, 체제비 수준으로 보이는) 돈봉투를 언급하며 남측을 신랄하게 비꼰 배경에는 ‘남측 정부 더 이상 상대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30일에도 공개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 과정에서도 ‘만나서 대화하면 풀리지 않을 것이 없다’며 물밑접촉과 남북간 공식 접촉을 촉구해왔다.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4월 말 카터 방북 시에도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5월 이명박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자 북한은 이를 맹비난했다. 천안함 사과없는 정상회담을 남측이 거부한 것으로 해석한 셈이다. 이후 김정일의 방중 과정에서도 별 다른 지원 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종용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귀국 즉시 ‘남북관계 단절’ 통보로 한중 양국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남북간 비밀접촉을 공개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남측이 민감해 할 대화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대화 의지를 접은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가능하게 한다. 북한은 비밀접촉 폭로와 함께 “정치적 흉심을 위해 앞뒤가 다르고 너절하게 행동하는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은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에 기대를 접고 남한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유화적인 정권을 등장시키는 방향으로 대남 정책 방향을 모으고,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은 차기 정권의 몫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폭로를 통해 차기 정권에게 ‘천안함 논의 불가’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심어주려는 노림수도 엿보인다.


북한의 폭로와 별도로 정부가 북한과 접촉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힐만한 부적절한 처신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정부가 북한의 주장대로 천안함 국면을 넘어가기 위한 꼼수를 고민했다면 국민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게는 진정성을 요구하면서 스스로 그 진정성을 훼손시키는 당사자가 우리 정부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올 초부터 청와대와 정치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흘러 나왔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금강산 관광 중단, 천안함·연평도 도발사건 등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끊이지 않았던 남북관계의 악재(惡材)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은 긍정적으로 검토됐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이다.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면밀하게 분석하면서도 남북관계 원칙에 대한 국민적 설득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 경색이 내년 총선,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면 그 해결책을 김정일 정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국민 속에서 찾아야 한다. 더불어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부는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안보 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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