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버시바우 부임에 예민한 반응

북한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신임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및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8일 기명 논평에서 러시아 대사 출신으로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 알렉산더 버시바우를 ‘강경파의 거물’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의 경력과 동향으로 보아 남조선을 미국의 손탁(손아귀)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든든히 틀어쥐고 대조선 적대시 정책 집행으로 내몰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이 주한 미국 대사를 ‘총독’이라고 비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버시바우 대사에 대한 이같은 ‘비난성’ 반응은 크리스토퍼 힐 현 6자회담 미국측 수석 대표 부임시에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이례적 언급이다.

버시바우 대사에 대한 국내 언론의 일반적 평가는 전임 힐 대사와 마찬가지로 협상을 중시하는 직업 외교관으로 주 나토(NATO) 대사와 러시아 대사를 차례로 역임, 북한의 주장대로 거물이기는 하지만 강경파라는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데 왜 북한은 버시바우 부임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북한이 언급한 ‘그의 경력과 동향’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다름 아닌 구(舊) 소련과 중.동유럽에 민주주의를 심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유고 내전을 종식시켰던 데이턴 평화 협상에도 관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14일 부임 직전 미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경험이) 한국이 (북한의)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북한에도 분명히 변화가 올 것이지만 소련, 폴란드, 독일과는 모든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발언은 그간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이 주장했던 ‘정권 교체(regime change)’보다는 발언 수위가 낮기는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산시킨다는 ‘정권 변형(regime transformation)’ 주장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권 교체’든 ‘정권 변형’이든 둘 다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라며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거물급 대사 버시바우의 발언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 ‘폭군’ 발언을 재개한 것을 비롯해 미국이 북한 회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위폐 문제를 거론하는 등 강경으로 선회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청문회 일성으로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한 버시바우의 향후 행보는 북한으로서 주시할 수밖에 없는 대상인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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