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배급제 부활하나…의미와 배경

세계식량계획(WFP)가 2일 긴급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종합시장에서 곡물판매를 금지하고 배급제를 통해 식량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WFP는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만큼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배급제 부활조치의 골자는 시장에서 곡물판매를 중단하고 정부가 주민들의 수요를 책임진다는 것으로 앞으로 북한주민들은 당국이 분배한 할당량을 국정가격으로 식량공급소에서 구입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시장을 중시하는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치솟는 물가는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저렴한 국정가격의 쌀배급이 늘어나면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어 쌀의 시장가격 이 낮아질 것이고 ’먹는 문제’가 최고의 화두인 북한에서 식량가격 안정은 다른 물가를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에서 식량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당국이 나눠주는 식량배급표를 받아 국정가격으로 사들이는 것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식량을 시장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1990년대 중반 식량이 부족해지자 국가에 의한 배급분을 줄이는 대신 시장에서의 식량거래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2002년 7월부터는 그동안 정책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해 왔던 민생관련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원가와 이윤이 반영된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쌀의 국정가격을 ㎏당 8전에서 44원으로 올렸다.

쌀의 국정가격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배급분이 한정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쌀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시장에서 쌀가격은 국정가격의 20배를 넘는 1천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에 따라 돈있는 사람은 잘 먹고 돈 없는 사람은 굶주리는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북한당국은 저렴한 국정가격의 판매를 통해 시장에서의 가격을 잡겠다는 조치로 보인다.

여기에다 시장판매를 중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조치는 북한내 각종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도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남쪽이나 국제사회에서 지원하는 쌀이 북한내 시장에서 판매됐다는 점에서 북한 관리가 지원식량을 빼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만큼 시장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비리가 생길 수 있는 근원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측의 의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는 북한당국이 앞으로 얼마나 원활하게 식량을 공급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늘어나는 곡물생산량과 남한 및 중국의 식량지원을 통해 북한당국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저렴한 국정가격에 의한 곡물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암시장에서 식량가격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한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그동안 하루 250g씩 공급하던 식량을 600∼700g까지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식량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시장에서의 식량판매만 중단된다면 오히려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식량가격 안정을 통해 인플레를 잡겠다는 의지가 매우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관건은 저렴한 가격으로의 식량공급에 있다는 점에서 공급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올해 식량증산에 올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농업이라는 산업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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