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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동아일보>는 북한이 10월부터 식량배급제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그 배경에 대해 <동아일보>는 “국제사회의 지원 등으로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내부적으로 경제 회복세를 과시해 결속을 다져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DailyNK가 파악한 내용은 다르다.
DailyNK는 수일 전 “북한당국이 장마당에서의 쌀 판매를 전면 금지 시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확인 중에 있었다. 개인이 장마당에서 쌀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앞으로는 국가가 운영하는 배급소나 상점에서 장마당보다 싼 가격에 쌀을 판매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또한 <동아일보>는 10월부터 실시될 것이라고 했는데 DailyNK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9월부터 실시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신의주 및 평안북도 지역에 이러한 소문이 파다했다. 9월이면 바로 며칠 후에 실시될 제도인데 평안북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전혀 들어오고 있지 않는 점 또한 의문이었다.
여하튼 <동아일보>의 보도로 인해 조만간 북한 내에서 식량배급제와 관련한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정보의 신빙성은 한층 높아졌다.
일반 주민 ‘환영’, 장사꾼들 ‘격앙’
다음은 DailyNK 북한내부 소식통과의 통화내용
– 언제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하는가?
9월부터 국가에서 배급을 준다고 한다. 배급을 주면서 장마당에서의 쌀 판매를 통제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책이 아직 시행이 된 것은 아니지만 곧 시행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일반 평민들 속에서 소문이 파다하다. 그리고 중국을 통해 쌀을 사고파는 장사꾼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나도 내가 알고 지내는 보안원들과 당 관계자를 통해서 전해 들었다.
– 국가가 어디서 얼마에 판다는 것인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배급소나 상점에서 판다는 것이다. 가격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예전의 배급제처럼 그렇게 싸게 판다는 것은 아니다. 장마당 가격보다는 조금 낮추어서 팔겠다는 것이다.
– 국가가 쌀을 판매할 만큼 식량사정이 나아졌다는 것인가?
작년 보다는 아주 약간 나아지긴 했다. 조선에서 하루에 필요한 쌀은 1만톤 정도 된다. 그렇게 계산하면 1년에 약 360만톤 정도의 쌀이 필요한데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사가 좀 잘 되긴 했다. 과거에는 한 정보당 2.5톤에서 3톤 정도 계획을 잡았는데 지금은 7톤까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암만 그래도 올해도 150만톤 정도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 판매할 쌀이 턱없이 부족한데 어디서 충당한다는 것인가?
한국하고 일본, 미국에서 쌀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50만톤이 들어왔다. 우선 지원 받은 쌀로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걸 판매한 돈으로 값싸게 해외에서 쌀을 들여와 장사꾼들처럼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고 팔면 된다는 것이다. 쌀 판매에 대해 국가가 쌀 장사꾼들의 판매를 막고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쌀값을 통제하고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조선이 정치는 사회주의이지만 경제는 자본주의라고 생각한다.
– 안정적인 쌀 공급이 되지 못할 텐데 잘 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법으론 얼마 못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쌀 장사꾼들은 조금만 지나면 국가가 쌀을 못 팔아 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반 평민들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장마당보다 싸게 쌀을 살 수 있어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돈 있는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국가에서 쌀을 독점해서 팔게 되면 암만해도 좋은 쌀을 먹지 못하고 형편없는 품질의 쌀을 사서 먹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신의주에서 잘 사는 사람들은 품질 좋은 용천 쌀을 사서 먹는다. 그리고 쌀 장사꾼들이 피해를 많이 보게 되니까 제일 싫어한다. 심지어는 쌀 장사꾼들이 폭동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소문도 있다. 내가 봐도 괜히 되지도 않을 일을 국가가 나서서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돌려막기식 판매’ 통해 1년 이상 유지될 듯
DailyNK의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해온 소식은 ▲9월부터 배급제 재개 ▲장마당에서의 쌀 판매 통제 ▲국영 배급소나 상점에서 장마당보다 싼 가격에 쌀 판매 ▲국가는 주민들에게 쌀을 판매해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에서 쌀을 재수입 판매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제도는 2002년 7.1경제관리조치 이후에도 몇 차례 시도된 바 있다. 장마당에서의 쌀판매를 일체 금지시키고 국영 배급소에서 싼 가격에 쌀을 판매했는데 얼마 가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일단 공급량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배급소에 들어온 쌀을 권력 있는 사람들이 선점하여 비밀리에 장마당에서 다시 판매했기 때문이다.
장마당에 내놓고 팔지 못하니 마치 유흥업소 호객행위를 하듯이 손바닥에 “쌀 20원”이라고 써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은밀히 보여준 후 귓속말로 거래가 성립되면 집으로 데리고 가 물건을 거래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북한 전역에서 연출되기도 했다.
북한에서 조만간 실시할 제도는 <동아일보>의 보도와 같이 ‘배급제의 완전 재개’가 아니라 DailyNK 북한내부 소식통이 전해온 ‘국영 배급소에서의 쌀 판매’가 더욱 현실에 가까울 것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제도의 배경은 ▲이제는 장마당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마당에 쌀 가격만이라도 정부에서 틀어쥐어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한편 ▲6자회담 결렬을 염두에 두어 식량을 확보해 놓고 ‘장기전’에 돌입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된다.
DailyNK 북한내부 소식통의 증언처럼 국제사회의 지원식량을 주민들에게 판매하고, 판매를 통해 들어온 수익으로 다시 해외에서 쌀을 사들여 판매하는 식의 ‘돌려막기식 판매’라면 상당한 공급량을 확보해 1년 이상은 이러한 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