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28방침’에 따라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지방 기업소(4∼7급의 중·소규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각 지역 식량공급소(배급소)에서 옥수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내부소식통이 21일 전해왔다.
내부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8일부터 공급소에서 낟알 판매를 시작했다”며 “일단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지만, 특별히 구입 대상은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살 수 있는 옥수수의 양이 정해져 있어 다량의 옥수수 구입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식량공급을 담당하는 각 도(道)양정국 산하 시군 식량공급소에서 합법적으로 식량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나선 특구 이후 처음이다.
소식통은 “판매되는 낟알은 강냉이(옥수수)이고 그 질(質)도 크게 떨어져 사료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시장보다 200~300원 싸게 판매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현지에서 식량공급소를 판매소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6·28 방침으로 대형 공장·기업소(제철, 기계, 광산 등)는 배급제를 유지하고, 중소형 기업들은 독립채산제를 강화해 월급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활비를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중소형 기업들은 상당수가 공장 가동이 중지돼 국가계획이 무의미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한의 배급제는 기본적으로 국가 직접 지급제다. 공장 기업소에서 노동일수 만큼 식량 배급표를 받아온 노동자에게 지정일수만큼 식량을 지급한다. 기본적으로 노력공수(노동 일수와 강도에 따라 측정한 총량)에 따른 분배다.
1980년대까지는 노동자 급수에 따라 잡곡 700~600g, 부양가족에 300g씩 분배해 왔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양이 보름, 일주일로 계속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생산단위에만 해당한다.
이번 식량 판매 조치는 그동안 국가 배급에서 소외됐던 노동자들을 국가 공급 체계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식량공급소의 ‘판매 행위’를 허용해 전체적인 식량 공급 능력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노동자들의 식량 수요를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식량을 확보할수 있을 지에 대해 소식통은 의구심을 보였다. 특히 현재 판매가 시작된 옥수수의 경우도 판매량이 한정돼 있고 질이 상당히 낮아 이러한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 또한 북한이 옥수수에 이어 보리와 쌀까지도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량이 확보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견해다.
북한은 2000년대 후반부터 나진·선봉 지역에 한해 공급소의 식량 판매를 허가했다. 나진시 인민위원회 양정국이 중국에서 식량을 외상으로 수입해 노동자들에게 판매한 다음 후불로 갚는 형식이다. 나선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월급으로 시장 가격보다 싸게 쌀을 구입했는데 갈수록 질이 떨어지자 다시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산에서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식량공급소에서 옥수수를 구입한 주민을 말을 빌어 “판매하는 낟알이 가격만 싸지 동물 사료로나 쓰일만큼 질이 형편 없다”면서 “시작부터 이러니 6·28을 개혁이라 떠들어도 환영할 주민이 어디 있겠냐”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북한 기업소 등급 어떻게 분류되나
북한의 모든 기업소는 노동자 숫자 등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있다. 크게는 중앙기업소와 지방기업소로 작게는 특급기업소부터 7급기업소로 구분된다.
중앙기업소(특급~3급 기업소)는 국가의 계획 투자에 의해 건설된 공장으로 중앙에서 자재를 공급는다. 지방기업소(4급~7급 기업소)는 지방자금에 의해 건설된 공장으로 시군에서 자재를 공급받아 운영된다. 4급~7급 기업소에는 인민생활에 필요한 피복, 식기 및 그릇, 식료품, 음료, 과자, 밀가루 가공 공장 등이 있다.
특급은 군수품 등 특수물자를 생산하는 곳으로 김책·황해제철소, 평양방직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1급은 희천공장기계공장, 청진화력발전소, 2급은 낙원기계공장, 순천제약공장, 3급은 함흥 제사공장, 신의주제재 공장 등이 있다.
등급별 고용인원 수는 일반적으로 특급인 경우 5000명 이상, 1급 3000~5000명, 2급 2000~3000명, 3급 1000~2000명, 4급 500~1000명, 5급 101~500명, 6급 100명 이하, 7급 50명 이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업소의 등급 구분은 고용인원뿐 아니라 ‘기업소의 사명과 인민경제적 의의’에 따라 구별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